신조어로는 초식남, 건어물녀, 흔히 말하는 노처녀, 노총각이다. 찬바람과 함께 본격 결혼시즌이 다가왔다. 가족모임이면 으레 이들의 시달림은 안 봐도 비디오다.
집안 식구들이 모이면 노총각, 노처녀는 언제나 타깃이 된다. 어르신들은 지난해와 똑같은 말로 속내를 뒤집어 놓는다. 레퍼토리는 단 하나 ‘왜 결혼 안하냐’는 것이다. 언제 그 말이 나올까 가슴 졸이며 조마조마 했는데, 막상 결혼 소리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친다. 합병증(?)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파지면서 빨리 혼자만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특히 이들의 고충은 명절이면 더욱 심하다. 실제 지난 추석에도 이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떡하면 과년한 미혼남녀가 슬기롭게 결혼시즌과 명절, ‘증후군’을 피할 수 있을까. 과연 묘책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책이 거의 없는 외통수다. 증후군을 이기는 방법은 하루빨리 결혼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어른들의 속성 상 끊임없이 아픈 곳을 자극한다. 만나면 별달리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애꿎은 결혼문제를 붙잡고 늘어진다. 한편으론 빨리 자신처럼 가정을 꾸리라는 압력이다. 이는 손주와 조카를 안아보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다. 때문에 이를 피할 재간이 없다. 한 가지 방법은 대면하지 않는 것인데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여기에 명절까지 겹쳐지면 그야말로 심란해지고 식구들과 얼굴을 맞댈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 지는 것이다.
초식남, 건어물녀가 증후군을 피하는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과감한 정면 돌파 수가 있긴 하다.
결혼하란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 것이다. 혼자 찾기보다 식구들이 도와주면 좋지 않겠냐며 분위기를 주도하면 된다. 단, 연애도 혼자 못하냔 타박은 감수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시켜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요령이며 방법이다. 이때 어른들이 주춤할 것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대달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이 방법은 어른들의 입을 막을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결혼정보업체 가입이라는 큰 선물을 받을 수도 있는 양수겸장이다.
노처녀, 노총각이 멍에가 아닐진대 증후군까지 편히 맞이하지 못한다고 하니 입맛이 씁쓸할 것이다. 그러나 만혼과 비혼으로 인해 사회가 고령화되고 출산율이 낮아진다니 입맛만 탓할 게 아니다. 왜 혼기를 놓쳤는지부터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혼기를 놓친 것은 노처녀, 노총각들만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소개를 해주는 사례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이혼율이 워낙 높다보니 차라리 술 석 잔 안마시고 뺨 석대를 피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노동 강도가 강해지면서 남녀가 교제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웬만큼 부지런하고 적극적이지 않으면 결혼할 상대 찾기가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혼정보업체 가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노처녀, 노총각의 증후군 해법은 결혼인데, 막상 짝 찾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니 어른들도 말로만 결혼하란 소리보다는 자녀를 위해 적극적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다음 명절인 설에는 과년한 자식을 위해 결혼정보회사 회원권 한 장 준비하면 어떨까.
아마도 멋지고 쿨한 부모란 소릴 듣지 않을까 싶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모 기업체에서 미혼 직원들의 결혼정보회사 가입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과도한 복지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했다고 한다. 또 공기업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선택적 복지 측면에서 결혼정보회사와 제휴해 직원 결혼을 돕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시대와 동떨어진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초식남, 건어물녀가 이 꼴 저 꼴 안 보려면 역시 자발적 결혼활동 밖에 길이 없다. 부모님의 얄팍한 주머니, 회사의 줏대 없는 복지정책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앞날을 헤쳐 나가는 것이 진정한 정면 돌파요, 증후군 대처법인 것이다.
레드힐스 김태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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