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개선 미약..설비투자 '불황터널'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국내외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투자가 증가할 수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든 데 따른 반작용에 그칠 뿐, 예전과 같은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지원과 노사문제 해결 등을 통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명목 설비투자액 비율은 8.8%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설비투자 부진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의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고용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은 "설비투자 감소는 국내 생산의 부진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용이 빨리 늘어나기 어렵다"며 "이는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하면 당연히 투자를 덜 하겠지만, 그만큼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투자 부진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석 수석연구원은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 투자 부진보다는 서비스업종 투자 부진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0%대 초반밖에 안 되므로 경기가 고점에 도달하더라도 설비투자 없이도 생산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설비투자가 부진한 이유로 국내외 수요 감소를 꼽고 있다.

1~9월 누계 수출은 2천607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7% 감소했으며 상반기중 민간소비는 작년 동기보다 2.6%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년 9조 원씩 설비투자를 했지만, 올해는 신규 라인 증설 계획이 없어 일부 필요한 부분 외에는 투자가 없었다"며 "연초 경기가 심한 불황을 겪었고 반도체와 LCD 시황이 좋지 않은 데다 공급 초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예년 수준의 설비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전망의 불투명성과 함께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 구축, 연구개발(R&D) 투자로의 전환 등도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연구원 장 실장은 "기업들이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설비투자를 주저하는 것 같다"며 "해외 기지 구축 등으로 현지 생산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손영기 팀장은 "각종 규제가 많이 풀리기는 했지만, 아직 일부 남아있다"며 "분야별 과잉 투자 후유증도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이며 기업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찾지 못한 점과 세제 및 금융 지원의 부족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일부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기업의 과잉 투자에 따른 부실이 문제가 되면서 기업의 구조조정본부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없어지고 계열사 수와 주력업종이 제한되면서 예전과 같은 두자릿수 투자 증가율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1990~1997년 설비투자액 증가율이 연평균 15%를 넘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3~4%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IT 버블과 카드 사태, 금융위기 등 2~3년에 한 번씩 위기가 닥친 점도 설비투자 증가를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설비투자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상혁 경제정책팀장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설비투자가 1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 연구원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8%"라며 "성장률 전망이 4%가 되지 않는 데 비하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 부진했던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며 회복세가 너무 약하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금융연구원 장 실장은 "내년에는 상당히 플러스로 가겠지만, 올해 마이너스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 만회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내년에 9∼10% 증가하겠지만 지난 2년 연속으로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미뤄뒀던 설비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압력이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를 늘리려면 일단 경기가 좋아져야겠지만,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금융 접근성 개선, 노사관계 개선 등으로 여건을 개선해주고 다양한 투자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의 손 팀장은 "미래가 밝아야 투자를 하는 것이므로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세우는 한편, 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은 신중히 이행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는 예정대로 진행하는 방안 등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최종재에서는 투자가 늘어날 여력이 크지 않으므로 부품과 소재, 내수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가 늘어나도록 뒷받침 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은 중후 장대형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다양한 투자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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