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현대중공업은 창립자인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담은 TV광고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현대중공업은 이 광고를 통해 창업자의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창립자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것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기에 이들만한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는 기업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CEO가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광고에 등장한 CEO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실생활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지가 운영하는 온라인 저널 슬레이트는 최근 기업 광고에 등장하는 CEO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로 흔들리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고용시장이 붕괴되면서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과거 기발한 아이디어나 유머로 승부했던 광고보다는 CEO가 직접 출연해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광고를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파산보호 신청에서 벗어나 재기를 노리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가 대표적이다. GM은 파산보호 상태에서 탈출한 직후 '재탄생(Rebirth)'이라는 주제의 광고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슬레이트는 내레이터가 중저음으로 장황하게 늘어놓은 GM의 재탄생 의지가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GM의 회생여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GM은 회사의 망가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에드워드 휘태커 신임 회장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켰다. 딱딱하고 고지식한 이미지의 휘태커 회장은 이번 광고에서 마치 사무실에서 바로 나온 것 같은 다소 사무적인 태도로 설계부서를 배경으로 GM의 새로운 판매프로그램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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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휘태커 GM 회장이 출연한 광고의 한 장면 |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GM의 신차를 구입한 고객은 차량 구입 60일 안에 차량을 반품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단 주행거리가 4000 마일(약 6437㎞)을 넘지 않아야 한다. 자동차 거래상이 한번 판매한 GM 신차를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모두 GM이 부담한다.
두루뭉술하지 않고 구체적인 설명과 엄격한 교장선생님 같은 휘태커 회장의 이미지는 고객들에게 GM이 조금씩 회생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 역시 댄 헤세 CEO의 세련된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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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헤세 스프린트 CEO가 출연한 광고의 한 장면 |
현악 4중주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 광고에서 깔끔한 전문가 이미지의 헤세는 스프린트의 새로운 요금제를 소개한다. 이 광고에서 선보인 '무제한 정액 요금제'를 이용하면 경쟁사 가입자와도 무제한으로 통화할 수 있다.
헤세는 이 광고에서 뉴욕 구겐하임박물관을 배경으로 "미국은 자유국가입니다(It's free country)"라고 말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슬레이트는 GM이 겸손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스프린트는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이동통신업체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스프린트는 헤세의 이미지를 기업 브랜드에 미묘하게 연결시켜 세련된 첨단 기업 이미지를 배가시키는 효과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슬레이트는 그러나 CEO를 내세운 광고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CEO의 평상시 이미지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스포츠카는 독일'이라는 공식을 떠올리듯 광고에 출연한 CEO가 기업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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