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내실 다지기 통해 '코너'에서 중심으로

올 들어 터진 각종 악재로 잔뜩 움추려있던 우리금융지주가 그동안의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켤 것인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많다.

우선 우리금융은 최근 '방어'에서 '전투'로 자세를 바꿨다. 3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영정상화 가능성도 크다.

우리금융은 최고경영자(CEO)를 시작으로 전 임직원이 뭉쳐 국내 최고(最古) 금융지주사로서의 관록을 보여줄 기세다.

◆ 창사 8년 이래 최악의 일년

우리금융이 지난 2001년 창립 이후 올해처럼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은 없었다.

우선 우리금융은 올해가 시작된 1월부터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우리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가 금융사 중 가장 먼저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권은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경우 정부로부터 경영권에 간섭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이용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우리금융은 금융권으로부터 "어떻게 또 다시 공적자금을 받을 수 있느냐", "관치금융에 순응하느냐" 등의 냉소 섞인 비판을 받았다.

우리금융은 또 올해 가장 큰 금융권 이슈 중 하나였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부채담보부증권(CDO) 투자에 따른 1조6000억원의 손실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국민 세금으로 2번이나 살아났던 금융기관이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우리금융은 금융권 내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했으며, 우리은행은 2분기 연속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전임 대표자 두명은 금융권에서 영구 추방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작은 하나금융지주의 인수·합병(M&A) 타깃이 되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 우리금융 "변화만이 살길이다"

코너에 몰려 잔뜩 두들겨 맞고만 있던 우리금융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경영혁신과 조직 쇄신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8일 김정한(53) 현 우리은행 부행장을 우리금융지주의 전무로 신규 선임했다. 김 전무는 우리은행의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우리금융의 리스크관리와 IR(기업설명)업무를 맡게 됐다.

이번 인사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우리금융이 앞으로 영업력 확장과 리스크관리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빠르면 올 연말에 '신조직문화 선포식' 등이 본격 가동을 할 계획이다. 앞으로 현장 제일주의와 창의적 조직문화를 통한 핵심 경쟁력 확보에 주목, 회사를 꾸려나갈 방침이다.

이미 지난 9월부터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대회를 열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한 심층적 체크하기 시작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까지 한달에 1~2번 내던 보도자료도 10월 들어 7건(기타 자료 2건 포함) 냈다. 홍보를 강화하는 등 기업의 노출도를 높여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팔성 회장도 최근 들어서는 언론에 모습을 나타내고, 전직원들에게 앞으로의 경영 목표를 제시해 의욕 고취를 시키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평소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던 이 회장과 이종휘 행장도 최근의 M&A설과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며 오월동주하는 모습이다.

◆ 우리금융의 '변화'… 약효 발휘할까?

우리금융은 올 들어 다양한 문제에 부디치며 국내 금융권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다소 밀려난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금융의 선진화, 대형화, 혁신 등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이 같은 모습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내적 변화를 통해 다시 금융권 중심으로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금융시장 동향 등 외부 분위기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며 그 사이 안살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변화를 위한 시도들은 영업력 확대와 큰 관계없이, 조직 내부 정비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장이 불안해 외형 확대보다는 내부 단속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금융의 이 같은 변화는 시기적으로 적절해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이 M&A나 민영화 등 피동적인 상황에 놓여 있어 조직을 추스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 시기를 놓쳤다가는 외풍에 시달릴 수 있다.

또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아 내부 다스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올 3분기 고정 자산 매각 이슈를 포함해 최대 4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거둘 예상이다. 순이자마진(NIM), 연체율 등은 3분기부터 개선추세 이어갈 전망이다. 실적부담이 크지 않은 지금이 조직의 출렁임을 다잡을 호기인 셈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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