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일본 가전제품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던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이들 국가의 가전제품에 열광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러시아 등 신흥 국가 사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메이드 바이 삼성’ 제품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획득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하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코리아’는 몰라도 전자기업 ‘샘숭’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태동 최기에는 오히려 국내 경쟁사에 비해서도 그 기술이나 규모 면에서 부족했다. 그러나 1976년 국내 최초로 컬러TV 수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1979년 세계 4번째로 당시 최고 가전기술인 ‘VCR’을 독자개발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종합 가전 기업으로서 그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온 국민 반대에도 반도체 ‘강행’
1983년에는 현재 삼성전자를 있게 한 반도체 사업이 태동했다. 당시 언론과 정부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병철 선대 회장은 “미래 한국 산업을 위해 반도체 사업은 필수적”이라는 도쿄선언을 통해 반대 여론을 정면 돌파했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진대제 전 장관 등 우수 인재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 인재 가운데 대부분은 해외 유수 대학과 기업에서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국가의 발전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얼굴인 휴대폰 사업 역시 신화 창조를 거듭하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 ‘애니콜’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2000년대 초 프리미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이후 중저가 엔트리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시장은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메이저 기업들이 규모를 앞세워 선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도 가격은 낮지만 품질이 우수한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에는 모토로라의 안방인 ‘미국’에서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전체 세계 시장에서도 3분기 삼성전자는 21% 상당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20%의 벽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노키아(37.5%)와의 격차가 있지만 2011년부터는 한자리 이내로 격차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TV 12분기 연속 1위...추격자에서 시장 선도 기업으로
TV 사업 역시 놀라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뒤늦게 TV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1975년 전기사용량을 줄인 ‘이코노 TV’를 개발한데 이어 1991년에는 컬러TV 누계 생산 300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2000년에는 1억대 판매 역시 넘었다. 지난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으로 세계 LCD TV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LED 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적 힘입어 삼성전자의 TV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윤부근 사장은 부지난 9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09’의 개막 기조연설을 맡기도 했다.
특히 LED TV를 넘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분에서 계열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디자인과 성능, 마케팅은 물론 기술력에 이르기까지 향후 TV 사업에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더욱 단단히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뒤를 쫓아갔던 삼성전자가 이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이미 반도체 부분이 그렇고, TV 사업도 LED TV를 시작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이처럼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은 “완성제품부터 부품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의 수직계열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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