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사태'를 둘러 싼 당사자와 금융당국의 설전이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25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기관 수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중징계 조치와 관련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당국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황영기 전 회장과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 열띤 책임공방을 벌였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 행장 재직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한 투자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무리한 투자를 단행했다고 반박했다.
황 전 회장은 신학용(민주당) 의원이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 금융당국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책임있는 만큼 당국도 책임이 있고 제가 책임이 없는 만큼 당국도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김 원장 역시 "당시 IB투자를 장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맞받아쳤다.
황 전 회장이 "트리플A의 우량한 상품에 투자했다"고 말하자 김 원장은 "우량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하는 등 전 금융기관 수장과 감독당국 책임자의 설전이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 역시 우리은행 경영진의 무리한 투자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도 금융당국이 감독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CDO·CDS 평가손실 발생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2007년 3월"이라면서 "종합검사를 한 것은 같은 해 5월로 황 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은 최근 내렸다"며 당국이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음을 지적했다.
박상돈(자유선진당) 의원은 "황 전 회장이 시대의 희생양이 된 듯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학용(민주당) 의원은 "2006년 초부터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라고 한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등 투자와 관련 당국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황 전 회장은 김용태(한나라당) 의원이 심경을 밝히라고 말하자 "경영책임에 대해 행정적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경영인 스스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장이 투자와 대출의사 결정에 실무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라면서 "어느 상품에 얼마나 투자하라고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황 전 회장의 발언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황 회장이 파생상품 투자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국의 책임 논란과 관련 금감원 뿐만 아니라 예금보험공사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김동철(민주당) 의원이 "예보의 관리소홀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예보의 경영관리 측면에서 MOU 관리의 미흡한 점을 검토해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사태는 앞으로 제2라운드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황 전 회장은 경영 판단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법정싸움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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