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접근 차단 땐 악순환만 반복"

  • 정부, 적극적인 사후관리 필요

정부가 채무불이행자와 개인 파산자 양산을 막기 위해 개인 워크아웃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후 관리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이들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채무불이행자가 돼 정부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 공공정보 등록은 금융거래 '족쇄'

현재 은행연합회 전산의 공공정보 항목에는 기존 세금 체납 기록 외에 개인 워크아웃 기록과 파산·면책, 개인 회생 기록 등이 추가됐다.

은행연합회의 공공정보 기록은 신용정보업체는 물론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 제공돼 금융소비자의 신용도를 확인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기관은 대출 및 카드발급 등을 신청한 금융소비자의 신용을 조회한 후 공공정보 기록이 발견되면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공공정보 기록을 보유한 고객은 신용 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대출 심사 등이 거절된다"며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공공정보의 활용 여부를 전적으로 금융기관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은행연합회 신용정보부 관계자는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개인 워크아웃이나 파산·면책 등을 공공정보에 등록하고 있다"며 "공공정보가 회생성 정보로 분류되기를 기대하지만 결국 해당 금융기관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개인 워크아웃 기록의 보존기간은 최소 2년, 파산·면책 기록은 5년이다. 이 기간 동안은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감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복위는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더라도 본인이 신용등급을 관리하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신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확정되고 2개월 내에 채무조정이 끝나면 신용등급이 7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며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거래 실적을 쌓으면 신용등급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록이 공공정보로 등록된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 워크아웃 취지 퇴색될 수도

현 정부 들어 금융소외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경기침체 등으로 가계부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소외자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복위는 워크아웃 기록의 보존기간을 2년으로 완화했다. 2년만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하면 신용등급 상향 및 취업 등이 가능토록 배려한 것이다.

금융위는 파산·면책 기록의 보존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3년으로 더 완화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미소금융재단으로 대표되는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딧) 사업, 저금리 학자금대출, 중소기업대출 보증 확대, 사전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제도 등 자금 지원 방안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이같은 좋은 제도들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다면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공공정보는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를 포함해 대부분의 대출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

특히 파산·면책자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면책 결정을 받았음에도 미소금융 등 정부가 지원하는 회생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한 은행계 연구기관 관계자는 "금융소외자들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을 때 재기의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우려해 이들의 제도권 금융 접근을 차단한다면 다시 채무불이행자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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