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정 감사 더 이상 폐지론 안 나오게 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국회 감사가 지난5일 시작해 2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감사 결과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비위 폭로에 열중했고 한나라당은 정부 정책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부의 1년간 ‘정책 농사(農事)’가 잘 됐는지, 오류와 누수 내지는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낱낱이 살펴보고 개선점과 대안을 제시 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인데 올 국감에서도 이 같은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가 듣고 싶은 답변이 아닙니다. 잘못했잖아요. 잘못했다고 어서 말하세요.” “네. 잘못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장에서 질의에 나선 한 의원과 법원장간 대화다.

해당 의원은 전 국민의 분노를 산 8세 여아 성폭행 사건과 관련, 가해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사법부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추궁하자 법원장이 “판사가 나름의 법리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고 답변하자 불같이 이 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재촉한 것이다.

 

모범적인 감사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유관기관의 장관과 증인을 불러놓고도 감사는 뒷전이고 설전만 벌이는 한심한 상임위원회도 있다. 장관과 증인을 죄인 신문하듯 질책하는 의원들이 아직도 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국감의 불필요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국감도 결국 무책임한 폭로전과 소모적인 정치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정쟁의 장(場)으로 변질됐고 말았다. 여기에 많은 자료 제출 요청으로 피감사기관의 사무를 마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장 자문기관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도 국정조사가 체계적으로 정착하면 국정감사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국회운영자문위원회는 국회를 상시 개원하고 상임위원회가 수시로 국정감사를 하되 20일간 모든 상임위원회가 동시에 국정을 감사하는 현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물론 정부 집행 정책의 허점과 실정을 파헤치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정책감사가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7년 만에 국감을 받은 증권거래소의 경우 직원 평균 연봉 7450만을 삭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연봉에 1억 원에 달했다. 또 임원들의 판공비는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이야기가 무색할 만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감사 본래의 합목적성과 어긋나는 행위로 국감 자체가 파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감사 과정만큼이나 처리 결과도 중요하다. 국회는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본회의에서 심의해 피감사기관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해당 기관은 지체 없이 이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토록 하고 있다.

 

국정감사 제도의 득실에 대해 이미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정감사가 행정 마비와 국력 낭비를 가져온다며 폐지된 적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3대 국회에서 부활된 것이다. 국정감사 제도를 부활시킨 이유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국정 공개라는 순기능을 하고 야당으로 하여금 국정 대안을 제시토록 한다는데 목적이 있다.

 

국회는 정부 통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국정감사권을 국민에게서 수임한 것이기에 국회의원의 직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 결산을 검사하고 예산안을 확정하는 것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 10·28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여야 할 것 없이 각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국감장은 내팽개치고 선거구로 몰려다녔다.

 

국정감사를 부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했는지 당시를 생각해 봐라. 당시의 과정을 생각할 경우 국정 감사 중에 재보선 선거구로 떼로 몰려다니지 못할 것이다. 또 국정 감사장을 정쟁의 장으로 추락 시키는 행위는 더욱이 더 못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은 이런 점을 감안 다시는 헌법 개정 논의에서 국정감사 폐지론이 등장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이상 국정 감사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에 정기국회로 시간을 정해놓지 말고 차라리 현안이 있을 때마다 상시 국감체제로 바꾸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

 

양규현 부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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