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심장부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25일 법무부와 바그다드주 청사를 겨냥한 2건의 연쇄 차량폭탄공격으로 바그다드에는 검은 불기둥이 치솟고 부상자들의 신음이 교차하며 아비규환의 현장을 방불케 했다.
사망자는 1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상자들이 많아 사망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누리 알-말리키 총리 집무실 등이 있는 특별경계구역 그린존으로부터 불과 수백여m 떨어진 곳이다.
이번 공격은 지난 8월 19일 재무부와 외무부 청사 주변 등 10여 곳에서 발생한 동시 폭탄공격으로 101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정부청사 일대가 잇따라 무장세력의 공격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이번 공격은 지난 8월 재무부 폭탄공격 이후 경계태세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다시 한번 이라크 당국의 치안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말리키 총리는 당시 치안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이라크 군.경의 치안유지 시스템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고 이라크 치안당국은 이에 따라 주요 도시에 병력을 추가배치하는 한편 검문검색 활동을 강화했다.
검문소 근무병 일부가 폭탄 적재차량의 바그다드 진입을 도운 사실이 드러나자 군.경 간부 11명을 체포하는 등 기강 확립에도 주력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서 보듯 무장세력의 폭탄공격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고 파괴력 또한 커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6월 미-이라크 안보협정에 따라 바그다드, 모술 등 주요 도시에서 미군이 지방으로 철수할 때만 해도 주요도시의 치안을 독자적으로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라크 당국은 군 25만명, 경찰관 50만명 등의 인력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치안을 유지하고 자살폭탄공격이 자주 발생하는 바그다드 내 시아파 밀집지역에 검문소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쇄 다발 폭탄공격이 잇따라 수도 바그다드를 강타하면서 이라크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12만5000여명은 2011년 말이면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하게 된다.
미군의 완전 철수까지 남은 2년여 동안 독자적인 치안 유지 능력을 확립해야 하는 이라크 정부지만 무장세력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무장세력이 미군 지방철수 초반에 자신들의 역량을 주요 도시 공격에 집중할 것이며 공격의 강도는 내년 1월 16일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치안 상황 속에서도 총선을 둘러싼 이라크 정국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총선이 채 석 달이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정파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총선을 치를 제도적 틀인 선거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국 혼란과 치안 불안의 딜레마 속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은 더욱 더뎌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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