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떠한 금지조항이나 인센티브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바로 ‘넛지(Nudge)’를 가한 것. 넛지는 사전적으로 ‘(옆구리를)팔꿈치로 살짝 찌르다’라는 의미다.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으로도 해석된다.
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언제나 합리적인 사고와 의사선택만 하는 이상화된 인간상)가 아니라는 행동경제학의 기본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지난 4월 발간된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란 저서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며 행동경제학 창시자인 리처드 탈러는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이다.
탈러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제2회 기업가정신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업가들은 중요한 선택 설계자다”며 “넛지 방식의 기업가정신이 기업의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가들은 중요한 선택 설계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선택의 자유는 그대로 둔 채 인간의 행동특성을 반영한 넛지를 가해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몇몇 금융기관 전직 CEO들이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해 그 다음 직장에서에서마저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수 조원대에 달하는 투자손실을 초래한 최고경영자는 주주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 그러나 법적인 책임까지 묻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투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위험을 먹고 성장하는 생명체나 마찬가지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영자가 많을수록 투자는 위축되고 경제는 활성화 되기 어렵다.
최근 금융위기가 진정되고 우리경제가 급속히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투자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설비투자액은 약 59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조원)보다 15% 넘게 줄었다.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 700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익이 생겼을 때 투자를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반면 차입금 상환이나 현금으로 그냥 갖고 있겠다는 응답은 각각 34%로 나타나 투자를 꺼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재정지출 여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고용과 소비를 늘려 본격적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는 열쇠는 바로 투자다. 도박과 달리 비즈니스에서 베팅은 투자다. 한번 모험에 성공하면 다음에는 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시장에서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브레이크스로우 컴퍼니(Breakthrough Company)'의 저자인 키스 맥팔랜드는 미국서 창업 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기업들의 공통적인 핵심성공전략 중 하나는 중요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투자 의사결정의 위험도와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필요할 때는 갖고 있는 자원 전부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인들이 투자를 활성화시키면서 지속성장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넛지’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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