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5년간 국내 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던 산업은행이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KoFC)'로 나뉘며 새로운 돛을 올렸다.
산은지주는 세계 20위권 글로벌 기업금융투자은행(CIB)로의 성장을 꿈꾸며 상업은행으로의 변신과 민영화를 꾀하고 있다. KoFC는 기존에 산은이 갖고 있던 정책금융 기능을 분리, 전담하는 기관으로 남게 된다.
◆ 산은지주 "영업력 확보가 먼저다"
28일 산은지주에 따르면 산은지주는 민간은행과의 경쟁과 수신기반 확충을 위해 영업력 확보를 선결과제로 풀어갈 계획이다.
산은지주는 민영화를 통해 '국책'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기 전까지는 저금리의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유예' 기간이 끝나면 바로 정부의 비호없이 시중은행들과 겨뤄야 한다.
산은지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환은행 등 국내은행의 인수·합병(M&A)를 염두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하나를 인수해 소매금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영업망을 손쉽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해외로부터의 자금 조달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 지점 및 사무소를 법인화하고 해외은행 M&A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유성 회장이 "금융산업의 수출산업화라는 차별화된 발전 전략으로 범아시아 및 런던 뉴욕 등 국제금융중심지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해외 진출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맥을 함께 한다.
또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등 계열사 간 연계를 통해 예금· 펀드, 보험 등의 상품을 종합 판매하는 신개념 영업점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 곳은 일반 은행 영업점과는 달리 거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할 계획이다. 산은지주가 리테일 강화를 위해 'VIP마케팅'과 '복합점포' 설립 등 두 가지 새로운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국책은행의 지위를 유지했던 산은이 시중은행들과 영업 경쟁을 붙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 정책금융公 "정체성부터 찾아야…"
정책금융공사는 기존에 산은이 갖고 있던 정책금융 기능을 그대로 계승한 조직이다.
때문에 새로 창립됐다기 보다는 산은의 지주사 전환 및 민영화로 '남겨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에 정책금융공사의 가장 큰 걱정꺼리는 '모호한 정체성'이다.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한 정부는 지난 7월 '산은 분할방안'을 통해 "정책금융공사에 중소기업 지원과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등 기능을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주변에서는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자산관리공사(캠코)·예금보험공사 등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반문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말하는 신성장 산업 지원은 신·기보와 업무영역이 중첩된다. 중소기업 지원은 기업은행 등과 역할이 겹친다.
또 공사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기능'을 포함돼 한국은행으로부터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 이외의 정부기관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통화정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은은 물론 금융안정기능을 가진 예보 등과도 업무 영역에 있어 공통분모가 형성된다.
결국 정책금융공사가 스스로의 역할과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할 경우 '태생적 한계'를 지닌 조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유재한 초대 사장은 이날 창립식에서 "정책금융공사는 과거 정책금융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책금융공사의 정체성을 확립, 제2의 산은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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