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하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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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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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전 브랜드인 '하이얼'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기세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하이얼은 이미 29곳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중국 가전의 저력을 뽐내고 있다.

올 들어 하이얼의 해외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하이얼 제품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신흥시장 매출은 57% 늘었고 미국에서는 고급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하이얼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내수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해 금융위기가 한창인 가운데도 "하이얼의 목표는 브랜드의 글로벌화"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아울러 하이얼의 체질을 제조형 기업에서 서비스형 기업으로 뜯어고칠 계획이다.

1949년 중국 산둥(山東)성 라이저우(萊州)시에서 태어난 장 회장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지속적인 변화의 열망은 하이얼을 경영하는 데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적인 게 '1+1+N' 모델이다. 1+1+N에서 1은 '외(外)1'이다. 국제적 수준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의미한다. 두번째 1은 '내(內)1'로 하이얼 특유의 혁신정신을 갖춘 내부 인재를 가리킨다. 'N'은 앞으로 '내1'이 될 수 있는 예비 인원을 지칭한다.

1+1+N모델은 내부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능력만 충분하다면 외부 전문가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개방적인 용인술의 표본이다. 

장 회장은 또 성실과 의리, 신용, 사랑 등을 중시하는 '유상(儒商)'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복잡한 이론을 두 세 마디 말로 간단하게 정리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정치와 경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온 게 비결이다.

장 회장은 '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天下萬物生於有,有生於無ㆍ천하 만물은 유에서 생겨났으나, 유는 무에서 생겨났다)'라는 노자의 도덕경 구절을 창조정신의 원천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칭다오 냉장고 사건은 개혁과 창조에 대한 장 회장의 열정을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1984년 35살의 나이로 하이얼그룹 전신인 칭다오냉장고 사장으로 취임한 장 회장은 이듬해 76대의 냉장고를 불량품이라며 철퇴로 때려 부쉈다.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하이얼이 중국 최대 가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장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몸집을 키우고 다원화하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1991년 하이얼그룹을 설립한 그는 1998년까지 18개 기업을 합병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하이얼은 자체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 회장은 늘 '승자가 왕(勝者爲王)'이라는 모토를 강조하고 있다.

하이얼은 최근에도 해외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2850억 달러를 들여 뉴질랜드 최대 가전 브랜드인 피셔&패이켈(Fisher&Paykel) 지분 20%를 인수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미국 대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해 가전부문을 매물로 내놨을 때도 하이얼은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아주경제= 김성해 기자 holyse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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