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하이얼'

중국 가전 브랜드인 '하이얼'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기세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하이얼은 이미 29곳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중국 가전의 저력을 뽐내고 있다.

올 들어 하이얼의 해외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하이얼 제품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신흥시장 매출은 57% 늘었고 미국에서는 고급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하이얼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내수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해 금융위기가 한창인 가운데도 "하이얼의 목표는 브랜드의 글로벌화"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아울러 하이얼의 체질을 제조형 기업에서 서비스형 기업으로 뜯어고칠 계획이다.

1949년 중국 산둥(山東)성 라이저우(萊州)시에서 태어난 장 회장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지속적인 변화의 열망은 하이얼을 경영하는 데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적인 게 '1+1+N' 모델이다. 1+1+N에서 1은 '외(外)1'이다. 국제적 수준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의미한다. 두번째 1은 '내(內)1'로 하이얼 특유의 혁신정신을 갖춘 내부 인재를 가리킨다. 'N'은 앞으로 '내1'이 될 수 있는 예비 인원을 지칭한다.

1+1+N모델은 내부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능력만 충분하다면 외부 전문가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개방적인 용인술의 표본이다. 

장 회장은 또 성실과 의리, 신용, 사랑 등을 중시하는 '유상(儒商)'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복잡한 이론을 두 세 마디 말로 간단하게 정리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정치와 경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온 게 비결이다.

장 회장은 '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天下萬物生於有,有生於無ㆍ천하 만물은 유에서 생겨났으나, 유는 무에서 생겨났다)'라는 노자의 도덕경 구절을 창조정신의 원천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칭다오 냉장고 사건은 개혁과 창조에 대한 장 회장의 열정을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1984년 35살의 나이로 하이얼그룹 전신인 칭다오냉장고 사장으로 취임한 장 회장은 이듬해 76대의 냉장고를 불량품이라며 철퇴로 때려 부쉈다.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하이얼이 중국 최대 가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장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몸집을 키우고 다원화하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1991년 하이얼그룹을 설립한 그는 1998년까지 18개 기업을 합병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하이얼은 자체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 회장은 늘 '승자가 왕(勝者爲王)'이라는 모토를 강조하고 있다.

하이얼은 최근에도 해외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2850억 달러를 들여 뉴질랜드 최대 가전 브랜드인 피셔&패이켈(Fisher&Paykel) 지분 20%를 인수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미국 대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해 가전부문을 매물로 내놨을 때도 하이얼은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아주경제= 김성해 기자 holyse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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