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총리 출신은 '처세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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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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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권력의 맛을 잊지 못하는 인사들이 원적을 옮기며 살아남는 경우를 일겉는 말이다. 반면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이들도 있다.

'3한' 전직 총리의 엇갈린 행보는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비록 몸은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든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 남긴 목민관의 덕목 72개 가운데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마지막 덕목인 '유애(遺愛)'라는 말을 의미심장하게 남긴 그가 다시 돌아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 '김앤장' 고문으로. 이임한 지 불과 30일도 안돼 '법조계의 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총리를 그만두자마자 가는 것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본래 있었던 곳이고 외교 활동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평범한 국민들로서는 전직 총리가 사기업에 취업해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백수가 많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이 처세술이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물러 난지 한 달 만에 쏜살같이 달려가는 민첩함은 가히 기네스북감"이라며 "차라리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전관예우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민간기업 취업이 법률위반은 아니라 할지라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처세의 달인'이라는 세간의 웅성거림에도 한 전 총리는 현재 글로벌 대외활동을 위해 정부의 민간특사로 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 등을 순방중이다.

김앤장 고문을 지낸 한덕수 전 총리도 노무현·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경제부총리·총리를 역임한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권력은 바뀌어도 김앤장 인맥은 중용된다"는 주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고건 전 총리에 이은 '처세의 전설'이라는 화려한 별칭을 얻었다.

반면,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총선 이후 사실상 정치 활동을 중단했다.

총리시절, 야당으로부터 민생 챙기기를 소홀히 하고 대선 주자 수업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

30여 년의 사회운동을 자산으로, 재야의 초심(初心)과 달관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고위공직자가 민간기업으로 이동할 때는 유예기간과 국민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공직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나 행정분야가 아닌, 하루아침에 사기업으로 가는 것은 국민들에게 배신감과 허탈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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