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냉장고 폭발' 사고에 大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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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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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일어난 지펠 냉장고 폭발 사고 소식을 듣고 크게 화를 내며 신속한 조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9일 "이 전 회장이 냉장고 파열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 대로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과 관련한 특검 수사로 기소되면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사임 후에도 대주주로서 회사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삼성의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 전 회장은 재임 기간에 양(量)에서 질(質)로의 변화를 주장하며 품질경영을 강조해왔다.

글로벌 경쟁 기업을 넘어서려면 품질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

약 15년 전 통화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휴대전화와 무선전화기 등 15만대를 구미공장에서 불태운 이른바 '화형식 사건'은 품질경영을 강조해 온 이 전 회장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995년 휴대전화와 무선전화기 2천대를 임직원에게 설 선물로 돌렸는데 통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해 3월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두 회수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우라고 지시했다.

당시 시가로 500억 원어치였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룬 '애니콜' 신화의 밑거름이 됐으며, '불량은 암이다'라고 줄곧 강조해왔던 이 전 회장의 품질 제일 경영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신경영으로 요약되는 1993년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도 세탁기 금형 불량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는 사내 방송을 듣고 품질 강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창립 40주년 행사를 하루 앞두고 21만대에 이르는 냉장고 리콜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를 공개적으로 해결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이 전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창립 기념일 뒤로 리콜 발표를 미룰 수도 있었지만 소비자 안전 문제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에서 리콜 실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을 수리하는 데 간단한 조치만 취하면 되기 때문에 전국 서비스 요원 수천 명을 모두 투입해 조기에 리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리콜을 끝내고 나서 사규에 따라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가려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지펠 냉장고 폭발 사고와 관련해 2005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한 약 21만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조사 결과 냉장고 냉매파이프의 서리를 제거해 주는 히터의 연결 단자에서 누전되면서 발열로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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