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이건희 대주주와 '지펠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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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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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삼성 구미사업장 앞마당. 2000여 명의 직원들의 눈앞에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휴대전화와 팩시밀리가 한순간에 불덩이로 변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제품들을 모두 모아 불태우라는 지시 때문이었다. 이들 제품은 당시 500억원 상당에 달했다.

이 전회장은 "이제 1.5류, 2류는 필요 없다. 오로지 1류만이 살아남는다"며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삼성전자가 세계 1류 전자기업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됐다. 피땀흘려 만든 제품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본 직원들은 더욱 품질 개선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지난 10일 삼성 지펠 냉장고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15년 가까이 공들인 삼성전자의 품질경영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회장 퇴임 후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 있던 이 전회장도 이번 사건에 크게 노했다. 삼성전자의 1류화를 이끌어온 전임 회장이자 삼성전자의 대주주로서 일부 임원들에게 심경을 표출했다.

창립 40주년 행사를 하루 앞둔 29일 지펠 냉장고 21만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하겠다고 밝힌 것도 품질에 대한 문제는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이 전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흔살 생일상을 앞에두고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고객의 안전과 품질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제상히터 연결단자의 절연성 저하가 고객 안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제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리콜 대상 기간 외에 생산된 동일 계열에 대해서도 무상 안전 점검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와 리콜과 관련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이 전회장의 격노가 발빠른 수습을 이끌어낸 것이다. 

한편 이번 냉장고 사고를 계기로 삼성전자 조직 내에 상당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책임 임직원에 대한 조사 및 문책이 예상된다. 다소 해이해진 분위기도 다시 다잡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는 관련이 없지만 이 전회장을 중심으로 한 구심점이 없어 조직 문화도 다소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올해는 이 전회장 당시 마련한 시스템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 등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자 및 그룹 내의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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