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관리' 신경 안 쓰는 금융권

  • 보존기간 지난 자료로 신용도 심사

금융권이 은행연합회에 연간 100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받아 온 개인 신용정보의 활용 기간 및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은 신용정보 활용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보존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정보 관리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 은행 〉신평사 〉카드 〉보험 순

은행권이 연합회에 지불한 신용정보 사용료는 50억5900만원으로 전체의 43.2%에 달했다. 국민은행이 8억77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 하나 한국씨티 기업 우리은행 등의 순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계좌 개설을 비롯해 대출, 카드 발급, 보증, 연체 관리 등 다양한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신용정보 조회 수요가 많다"며 "특히 개별 조회보다 고객 정보를 한꺼번에 받는 FTP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6개 신용평가회사의 분담금 규모는 40억원으로 평균 6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업계 평균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신평사는 연합회의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한 후 금융기관에 되팔기 때문에 분담금 비율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5개 전업계 카드사는 총 10억31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했으며 신한카드가 3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보험업계에서는 3대 생명보험사인 삼성 대한 교보생명이 각각 1억원 가량을 지불했으며, 보증보험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보증보험은 1억7600만원을 냈다.

◆ 신용정보 관리 '허점' 투성

금융권은 연합회로부터 받은 신용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과거의 기록은 고객의 신용도 심사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기획부 관계자는 "파산·면책 기록과 워크아웃 진행 여부, 연체 정보 등 각종 신용정보는 해소 사유가 충족되면 자동 삭제되며 더 이상 보관하지 않는다"며 "금융감독원이 정기 검사를 나오면 신용정보 보관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삭제된 신용정보 기록을 1년 이상 보관하면서 신용도 평가에 활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면책 결정을 받고 5년이 지나 관련 기록이 삭제된 A씨는 최근 우리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이미 보존기간이 끝난 파산·면책 기록을 이유로 카드 발급을 거절했다. 전산에는 파산·면책을 뜻하는 '301' 코드의 삭제 기록이 남아있었다.

301 코드는 비씨카드의 11개 회원사가 파산·면책 기록을 분류하기 위해 만든 정보로 지난 4월 도입됐다.

이 코드의 등록 사유 및 보존기간 등은 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에 5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파산·면책 기록의 보존기간이 지난달 2일부터 신용정보법 감독규정에 명시된 만큼 5년이 지나 이를 신용도 평가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금융소비자가 제공한 신용정보의 활용 범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신용정보가 어느 업체에 제공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신용정보제공통보요구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권리를 행사했을 때 제대로 알려주는 금융기관의 거의 없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정보의 활용 기간 및 유통 경로를 전적으로 금융기관에 맡겨야 하는 셈이다.

한 신평사 고위 관계자는 "신용정보 기록의 유효 기간 등을 규제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남용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콜센터 등 금융기관의 하청업체와 제휴업체로 빠져나가는 정보는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고백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이미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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