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선승리 1년) 변화를 택한 미국 "쉽지만은 않네"

  • 오바마 당선 1년 겉도는 대외정책에 혹평 쏟아져

   
 
 
지난해 11월 4일 흑인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화두는 '변화'였다. 그러나 일년이 지난 지금 변화를 실감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변화는 너무 어려운 과제여서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다는 동정론도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처음부터 과거 정권과 다를 게 없었다고 혹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동정론은 주로 국내 정책에, 혹평은 대외 정책에 쏟아지고 있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세계 주요 언론들의 평가도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오바마가 일년 전 대선 과정에서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 We can Believe i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변화는 어렵다(Change is hard)'라고 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실제로 최근 버지나아주와 플로리다주 민주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 이어 지난주 국방예산 감축안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변화는 어려운 것으로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 개혁, 금융규제 강화, 기후변화 방지 등과 관련한 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의회의 벽을 넘은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도 세 명에 불과했다.

경기부양안은 오바마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공화당은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경기부양안이 경제를 되살리고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돈 낭비'였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9월 9.8%를 기록한 미국 실업률이 조만간 10%를 웃돌 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과 다를 게 없다"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대외 정책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중동, 이란·북한의 핵 문제 등 산적한 난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풀린 게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변화를 강조하던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결국 세속적으로 변질됐다고 혹평했다.

사안별로 보면 오바마는 일년 전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병력만 대거 철수시켰을 뿐 종전선언은 하지 않았다. 오바마 지지자들조차 이라크 전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전선인 아프가스탄의 상황도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오바마는 포로 학대 논란을 빚은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를 일년 안에 폐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폐쇄 시한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이란·북한과 벌여온 핵협상 분위기는 오히려 냉각됐고 북한은 아예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도 크게 호전된 게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오바마에게 기대를 걸었던 유럽에서도 반(反) 오바마 정서가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이란, 기후변화 방지 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자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으로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유럽의 고위 관료들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을 '미국이 벌이는 쇼'로 생각하기 때문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데는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한 고위 관료는 "유럽인들은 워싱턴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 지 기다리고 있지만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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