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딜레마에 빠지다

지난 수년간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던 해운선사들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대규모 선박 발주에 나서면서 조선업 발전을 견인해왔다. 이른바 '윈-윈'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 수출산업 최고의 '달러박스'로 통해온 조선업과 해운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반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물동량 감소로 해운 시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돈줄이 마른 선주들이 선박 발주에 인색해지면서 조선사들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게다가 시황 급락으로 '체력싸움'에 돌입한 해운선사들이 선박 발주 취소나 인도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마저 보이자, 든든한 파트너였던 해운업과 조선업은 '니가 죽어야 내가 사는'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해운 "일단 나부터 살자"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자금난을 겪어온 CP-오펜이 최근 독일 정부에 1억5000만 유로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현재 CP-오펜이 발주한 선박은 모두 44척으로 모두 국내 조선업체에 발주했다. 자칫하면 국내 조선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체별로는 현대미포조선 7척, 삼성중공업 5척, 대우조선해양 24척, 대우조선의 자회사인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8척 등이다.

또한 프랑스 최대선사인 CMA-CGM과 대만 TMT도 자금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생존이 절신한 이들에게 남은 방법은 이마 발주한 선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해운시황이 이르면 3분기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내년 하반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절박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해운선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대한해운 등 해운 '빅4'의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1조2000억에 이른다.

비록 국적 선사들이 대규모 선박 발주 취소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적어 보이지만, 시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해외선사들의 발주 취소 및 인도 연기 요청 등이 잇따르며, 이미 국내 조선업체는 상당수가 선가를 인하해주거나 인도 연기 요청을 수용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조선, 가격과 기술력으로 '정면돌파'

일단 국내 조선사들은 가격 경쟁력과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드릴십(심해 원유시추선) 등 특수선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고, 중소 조선사들은 가격경쟁력을 내새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이 세계적 오일메이저사인 로열더취쉘로부터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LNG-FPSO(부유식 가스 생산·저장설비)를 , 성동조선해양은 잇따라 유럽선주로부터 원유운반선을 수주하는 데 각각 성공했다.

하지만 해운시황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국내 조선사들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대규모 해양플랜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시황이 살아나 선주들이 선박 발주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의 위기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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