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노사 간 갈등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4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한국선진화포럼(남덕우 이사장) 주최로 열린 '복수노조.전임자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월례토론회에서는 노사 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서는 노동계는 자주적 단결권 침해라는 이유로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반면, 재계는 복수노조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헌법 33조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일체화된 권리로 어느 하나의 권리제한은 노동3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단결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노조설립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복수노조는 당연히 허용된야 한다"며 "누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노조의 규약에 의해서만 자주적으로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권리인 단결권의 원칙에 따라 복수노조 금지는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은 "복수노조의 금지가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인 노조 설립을 가로막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노조 설립이 자유를 보장한 헌법상 노동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으며 국제적 노동기준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반면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복수노조는 우리 경제를 뒤엎어버릴 파괴력을 지닌 사안으로 이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무위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며 "노사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선진국마저 복수노조의 부작용으로 인해 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양현 중소기업중앙회 상무이사는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복수노조 설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복수노조 허용이 국제기준과 헌법상 노동3권 보장 등을 이유로 더 이상 거를 수 없다면 노사관계 및 노사관행에 대한 현실을 최우선 고려하고, 교섭창구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투쟁지향적인 노사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동조합이 경합하게 되면 노조 사이의 경쟁 과열과 빈번한 이합집산으로 인해 기업문화와 노사간의 신뢰가 파괴될 것"이라며 "유형.무형의 과도한 노무비용으로 인해 기업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태도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는 노동계는 노동운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노사관계의 불공정성과 불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정책국장은 "전임자의 고용계약과 종업원으로서의 신분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회사의 부담이 부당하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임금에 관한 사항은 노사간의 자율적 협약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고, 정 위원장은 "임금을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현실적으로 타임오프라는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박 상무는 "조합비 전액이 노조운영비 및 활동비 등 투쟁비로 사용돼 무분별한 파업관행을 조성하고 정치파업 등 불법파업을 양성시키고 있다"며 "주요 노사갈등 중 하나가 노조전임자 인정 문제이고, 복수노조를 허용했을 때 더욱 큰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급여지급 금지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 이사는 "노조의 자율성 확보와 책임있는 조합활동을 위해서도 전임자 급여는 노조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이 제도는 1997년 법제화된 이후 13년간이나 적용을 미뤄왔기 때문에 노조가 충분히 적응에 필요한 준비기간을 가졌다고 본다"고 했다.
이 전무도 "노사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섭상대방에게 자금을 지원한다는 논리적 모순과 무노동.무임금 원칙의 관철을 위해서도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강성 삼육대 경영학부 교수는 "복수노조 및 노조전임자 급여금지 제도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며 "그동안 3차례에 걸쳐 13년이나 유예되어온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입법과 정책이 또 다시 연기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신뢰의 위기는 물론, 정부는 무능함과 무책임의 낙인효과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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