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삼국지...KB금융 1위 뺏기나?

금융지주사의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총자산 기준으로 KB금융지주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실질 관리자산 등을 감안하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금융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9월말 기준 KB금융지주의 총 자산은 331조10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이어 우리금융(328조4000억원)과 신한금융(311조2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운용사를 제외한 관리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금융(320조원), KB금융(310조원), 신한금융(270조원)으로 순위가 바뀐다.

KB금융은 실적에서도 경쟁 금융지주사들 앞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KB금융은 3분기 17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순이자마진(NIM)과 비이자부문 이익 개선으로 전분기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지만 예상치에 비하면 700억원 정도 모자랐다.

반면 우리금융은 4838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어닝서프라이즈를 안겼다. 신한금융은 업계 최고 수준인 491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전분기에 비해 11.7%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은 고정이하여신(NPL) 1.41%로 자산 건전성 1위를 나타냈지만 신한금융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3.3%를 기록해 자본적정성에서 최고에 올랐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팀장은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신한금융이 실질적인 업계 1위"라면서 "KB금융은 자본력은 좋지만 실적에서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KB금융의 업계 1위 고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업계 1위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내년에 KB금융이 많이 좋아지겠지만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KB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안 좋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지주사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업계 예측을 더욱 힘들게 하는 재료다. KB금융은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이 강하고 신한금융은 탄탄한 자회사를 두고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별로 자산 구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KB금융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이미 KB금융의 독주가 아닌 3파전 양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권의 인수ㆍ합병(M&A) 추이와 시너지 창출 능력에 따라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수석연구위원은 "해외은행 인수 여부와 함께 자회사 구성 전략이 금융지주사들의 판도를 가를 것"이라면서 "자본여력이 풍부한 KB금융의 M&A 전략과 자회사를 모두 갖춘 신한금융의 시너지 창출 여부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수석연구원 역시 "KB금융은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을 활용한 M&A에 주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느린 것이 빠른 것을 먹는다'는 강정원 행장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면서 "KB의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는 물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M&A 여부도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연구원은 "1위 구분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굳이 3대 금융사를 평가한다면 풀 라인업을 갖춘 신한금융은 수익력에서 우세하고 외형은 우리금융"이라면서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다면 큰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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