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할부 시장이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 소속 캐피탈사들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캐피탈업계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9월 중고차 할부 시장 상위 8개 업체의 취급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다. 현대캐피탈은 60%대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업계 불황에도 금융지주 소속의 캐피탈사들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파이낸셜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 320억원의 중고차 할부 취급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취급실적인 267억원보다 19.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우리파이낸셜은 중고차 할부 시장에서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하나금융지주 소속 하나캐피탈도 취급 실적을 크게 늘리면서 삼성카드, 아주캐피탈,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3위로 도약했다. 지난해 9월 하나캐피탈은 중고차 할부 시장에서 업계 6위 수준에 머물렀다. 하나캐피탈의 9월 중고차 할부 취급액은 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나 증가했다.
우리파이낸셜 관계자는 "중고차 소비자들이 할부 금융사를 선택하면서 금융지주 소속 캐피탈사라는 것에 신뢰를 가지고 있다"며 "또 시장상황이 매우 안 좋을 때에도 영업 채널인 에이전시들과 지속적인 영업 관계를 유지해온 부분도 향후 실적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중고차 할부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현대캐피탈에 이어 업계 2위의 자리를 차지했던 삼성카드는 지난 5월 중고차 할부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삼성카드는 현재 캐피탈식의 자동차 할부 영업은 중단하고 8월 출시한 자동차 카드 할부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취급 실적이 크게 줄었다. 신한카드의 9월 중고차 할부 취급 실적은 67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9월 취급 실적 118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금액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중고차 할부 금리를 낮추기 위해 중고차 매매 상사를 통하지 않고 중고차 딜러들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영업 전략을 수정했다"며 "이 때문에 금리는 낮아졌지만 전반적인 매출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중고차 할부 금리가 신차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구조가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카드사의 다른 상품보다 높지 않다"며 "수익성과 유통구조의 문제 때문에 카드사들이 중고차 할부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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