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낮 일본 도쿄 우에노의 아메요코 시장. 공휴일인 '문화의 날'을 맞아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왔지만 도쿄 최대 재래시장의 활기는 이전같지 않다. 상인들은 "엔고의 이익마저 없다"며 아우성이다. 도쿄의 서민 주거지역에 자리한 아메요코 시장은 일본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해산물 상점 직원 ***(46)씨는 "가격이 싼 상품은 그런대로 팔리지만 참치나 게, 새우 등 비싼 상품은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과의 가격 실랑이가 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전했다.
인근에 있는 스포츠용품점에는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상점 주인 ***(52)씨는 "경기침체로 손님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가의 30% 가격으로 내놓은 상품들이 저렇게 쌓여있다"며 재고더미를 가리켰다.
아메요코에는 수입 화장품이나 잡화를 파는 상점들도 즐비하다. 올해는 엔화 가치가 올라 수입제품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 재미 좀 봤을까 싶어 한 수입브랜드 가방 상점을 찾았다. 하지만 이 곳도 한산했다.
상점 주인 ***(60)씨는 "엔고라고 해서 도매업자가 제품을 헐값에 넘기지는 않는다"며 "장사를 시작한 지 30년 됐는데 올해가 최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외곽에 있는 수입 화장품 가게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가게를 운영하는 ***(65)씨는 "경기가 좋았을 땐 해산물이 든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손님이 많지 않다"며 낯빛을 흐렸다.
같은날 찾은 도쿄 긴자는 여느 때처럼 활기차 보였다. 백화점과 유명 패션 부티끄가 줄지어 있는 긴자 거리는 아메요코의 서민 이미지와 대비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곳도 경기침체의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긴자의 대표적인 백화점 마츠자가야의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백화점들도 대개 두자릿수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긴자에는 현지 쇼핑객보다는 외국 관광객이 더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면 저가 브랜드로 잘 알려진 유니클로는 긴자 매장을 확장하며 고객들을 길게 줄세우고 있었다.
백화점가에서 만난 ***(63)씨는 "쇼핑하러 왔지만 긴자다운 상품이 보이지 않아 살게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가 제품이 인기를 모으면서 백화점에도 세일 상품이 돋보이게 진열돼 있을 뿐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씨는 "세일 상품을 굳이 백화점에서 살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krik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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