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우리 정부가 주러시아 대사에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현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단 정부가 학계, 재계를 두루 거쳐 현 정부 첫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을 기용한 것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내년 한-러 수교 20주년을 앞둔 가운데 양국 관계가 정치적, 외교적으로 정상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이제는 양국 최대 현안이 된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해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장관이 재직 시절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자원 외교를 총괄했기 때문에 현재 러시아와 진행 중인 가스와 철도 사업 등 대규모 경제 협력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장관을 그만두기 2개월 전인 지난 8월 모스크바를 방문, 양국 간 '에너지 협력 액션 플랜'을 채택하고 양국 간 에너지ㆍ자원 부문에 대한 포괄적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또 LG 경제연구원 원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교두보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러시아 시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풍부한 데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현지의 한 기업인은 "외교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알고 있다"며 "경제가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데 그런 인사가 수출 유망시장인 러시아에 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이 내정자가 전직 장관 출신의 중량급 인사라는 점도 소위 `계급장'에 유독 민감한 러시아 관료주의 특성상 무시 못할 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직업 외교관이 아닌 그가 과연 산전수전 다 겪은 외교관도 쉽지 않다는 러시아 외교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초대 공노명 전 대사 이후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사가 대사로 오기는 학자 출신의 이인호 전 대사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이 전 장관은 러시아 정부의 동의 절차 등을 거쳐 내년 3월 초 부임하면 당장 수교 20주년 행사를 챙겨야 한다.
특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또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방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외교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등 주요 안보 현안에서 러시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연합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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