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행 사외이사제 무엇이 문제인가? - 上. 사외이사제 개편은 또 다른 관치금융

(편집자주: 은행권에 사외이사제도 개편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권한을 대폭 강화한다는 사외이사 제도 개선 방안이 폭풍의 눈이 된 셈이다. 이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또 다른 관치금융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져 은행 경영 전반에 걸쳐 영향이 확산될 전망이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은행권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과 현황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사외이사제 방향을 모색해본다.)
 

(上)사외이사제 개편은 또 다른 관치금융?

사외이사제도 개편이라는 폭탄이 은행권을 휘젓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이 사외이사제를 통해 경영에 간섭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관치금융의 또 다른 형태라는 것이다.

반면 금융감독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사외이사제를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 구도 개편 앞두고 경영진 견제 의도

은행들이 사외이사제 개편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내년 대대적인 은행권 구도 개편을 앞두고 경영진의 독주를 반대하려는 당국의 의사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 3일 금융연구원이 '은행권의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였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보고서의 골자다. 이를 위해 은행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을 금융당국 주도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금융위윈회는 지난 1월 사외이사제도 개편 검토에 들어가 4월부터 금융연구원, 학계 인사 등과 함께 태크스포스(TF)팀을 만들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보고서에 금융위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제도적 실행에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연내 제도 개선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권 이사회 의장 해임 사태 올 수도

당국의 계획대로 사외이사제 개편이 연내 마무리된다면 당장 금융지주사들에 불똥이 튀겨 된다.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을 비롯해 KB금융지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은행과 지주회사가 이사회 의장을 해임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사외이사제 개편이 사실상의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논란은 이래서 나온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비롯해 은행권의 증권·보험사 인수 등 내년 대대적인 인수·합병(M&A) 소용돌이를 앞두고 당국이 현직 은행권 최고경영자를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은행의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는가를 놓고 정부가 나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까지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의 관여로 관치금융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은행 경영과 이사회 의장 겸직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정치적인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제 금융위기 이후 경영진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검증해야...은행 건전성 감독은 불가피

전문가들은 은행 사외이사제 개편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아닌 사외이사의 자격이라고 지적한다.

사외이사제의 권한 강화도 중요하지만 실무를 경험한 전문가 영입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닷컴 연구위원은 "현재 사외이사가 금융을 잘 아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은행 전문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은행 사외이사들은 교수 또는 비전문가라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태규 박사 역시 "우리나라 사외이사들은 깊이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서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경쟁기업의 경영인이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조만 교수는 "실무 경험이 없는 학계 인물이 사외이사에 오르는 것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면서 "기관이나 회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나아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의 틀을 잡고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외이사제도 개편 논란의 원천에는 감독 체계가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이번 제도 변경 논란은 당국의 일방적인 지도보다는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맞다"면서 "사회적인 요구가 있다면 은행들의 반발이 중요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질적인 문제는 사외이사라는 감시 장치가 아니라 금융위나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감독을 맡고 있는 당국"이라면서 "개입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는 관치를 해서는 안 되지만 건전성 강화를 위한 규제 강화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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