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신중모드속 "세종시 분위기 조성된다면"
롯데 계열사 이전 적극검토...삼성·현대기아차·SK·LG 등 검토작업
'기업도시'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세종시 밑그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가 기업중심도시 세종시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나 계열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할 기업은 없겠지만 정부의 '당근책'을 지켜본 후 검토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6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의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 허브, 과학과 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학 메카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세종시가 충청을 넘어 영·호남과 서울 수도권까지 먹을 수 있는 제3의 쌀을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가 자족성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 문화기능이 첨가된 첨단 과학 및 기술 기업 중심도시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 현재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맥주공장을 세종시에 신설하는 한편, 할인점인 롯데마트와 패스트푸드체인인 롯데리아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현대기아차·SK·LG 등 주요 그룹들도 내부적으로 세종시 이전이 가능한 계열사 현황 파악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이전계획을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인프라 구축이나 세제혜택 등과 같은 지원책이 병행될 경우를 대비하자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세종시 이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도 "세종시가 기업도시로 결정난 것이냐"며 수정안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요 그룹들과 중소벤처기업 100여곳을 대상으로 세종시 이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를 수정보완하기 위해 개선안을 만들면서 기업유치를 병행하고 있다"며 "기존에 접촉해왔던 기업과 대학 등 100여곳을 포함해 그 정도로 많이 접촉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수정안을 먼저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기업을 매료시킬만한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내색을 보였다.
앞서 정부는 기업들이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파격적인 땅값과 개발권, 각종 세금혜택 등 각종 특혜를 주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물론 세종시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해서 기업들이 공장이나 계열사 본사 이전을 곧바로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기업들이 세종시로 들어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확실한 당근책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이날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현행 행정중심인 세종시 건설계획을 기업중심으로 변경하기 위해 세제 및 토지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세종시특별법' 개정 방향도 제시하기로 했다.
한편, 17일로 예정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직후 열린 정운찬 총리 초청 간담회에서 재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날 모임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에 대한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재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재계 역시 이에 대한 재계의 분위기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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