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하토야마 ‘우애외교’는 야스쿠니 분사부터

  • 박승민 편집위원·문예춘추 서울 특파원

   
 
박승민 편집위원(문예춘추 서울 특파원)
하토야먀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정치 키워드는 '우애(友愛)'다. 그는 민주당 간사장이었던 지난 4월, 일본 국내의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일본 열도는 일본인만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토야마는 일본 정치인 중에는 보기 드문 자기철학이 있는 열린 정치인이다. 그는 지론인 '우애외교'를 펼치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그것이다.

그러나 하토야마가 일본 주도로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려면 먼저 일본의 역사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첫번째 과제는 야스쿠니(靖國)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神道)의 종교시설로 천황(일왕)을 위해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를 모시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전쟁 범죄자들을 1978년에 합사해 봉안한 국가 추도시설이다. 야스쿠니는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고 전범을 미화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어느 나라나 조국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야스쿠니에 전사자와 전쟁범죄자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의 모임 소속 의원 54명 등 69명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이들의 역사관 기저에는 과거 일본의 침략 전쟁이 정당했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그들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계속되는 참배 행위는 일본 국민들에게 침략 전쟁의 그릇됨을 오도해, 악영향을 심화시킬 것이다. 일본 보수 우익들의 '야스쿠니 사관'이 변하지 않고 참배가 계속되는 한, 주변국들은 피해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외교마찰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계획대로 그려 나가려면 이런 환부의 고름을 도려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환부 수술의 핵심이 바로 '야스쿠니 분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그야말로 공동체(共同體)가 아닌 텅 빈 공동체(空洞體)가 될지도 모른다. 야스쿠니신사와 유족회, 우익들이 분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일반 전사자와 전범들을 야스쿠니에서 분리해 국립묘지와 같은 국립추도시설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범과 분리된 국립추도시설에 일왕이 헌화한들 일본 총리가 헌화한들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또 피해 주변국과의 외교마찰은 줄어들 것이고, 반일 집회도 덜할 것이다.

야스쿠니를 분사해야 할 또 한 가지 이유는 '일본의 전쟁'을 위해 강제 연행돼 희생된 한국과 대만의 징병 군인들 때문이다. 이들의 영령은 각각 2만1000명, 2만8000명에 이르고 유족의 동의 없이 야스쿠니에 합사돼 있다. 이 영령들이 일왕을 위해 전장에 나간 것인가? 일본은 독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독일은 전쟁에 대한 반성과 올바른 역사교육에 기초해 유럽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를 쌓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야스쿠니를 '전쟁신사', '군사신사' 라고 야유한다. 일본군 병사들이 과거 전장에서 전우들과 헤어질 때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야스쿠니는 그런 침략전쟁의 상징과 같은 장소다.

일본 정치인들과 우익들은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문제를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이용한다고 본질을 왜곡해 호도한다. 일본은 전쟁 책임소재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도망가려하지 말고 자국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국가 지도자들도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재료로 국정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에게 도망갈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토아마 정권은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민주당의 정책을 펴나갈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당내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가 진정한 '동아시아의 우애'를 생각하고 있다면 '야스쿠니신사 분사'의 결단을 내리고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위한 일이고 전쟁 피해 주변국에 대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우애외교'의 결실을 기대해 본다.

<박승민 편집위원·문예춘추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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