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직원들의 임금을 보존해주기 위해 복리후생비를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편성지침을 발표하며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493억500만원을 썼다. 직원 1인당 684만원 꼴이다. 이는 전년 대비 107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급여성 복리후생비는 통근비ㆍ당직비ㆍ경조금ㆍ체력단련비 등 네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급여성 복리후생비는 비급여성과 달리 직원들에게 직접 제공되기 때문에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
지난해 처음 신설된 당직비는 총 65억5165만원, 직원 1인당 91만원씩 지급됐다.
지난 2006년까지 비급여성 복리후생비로 관리돼 온 경조금은 급여성으로 전환된 후 연간 10억원 가량 증액됐다. 매월 5만원씩 지급되는 통근비는 당초 예산 목표치보다 6억원 가량 많은 49억5682만원을 지출했다.
체력단련비는 무려 351억원3560만원을 지급해 직원 1일당 490만원씩 돌아갔다. 지난해 기업은행 당기순이익은 7644억원으로 전년(1조1776억원) 대비 4000억원 가량 감소했지만, 체력단련비는 오히려 30억원 늘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급여성 복리후생비가 급증한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다만 체력단련비의 경우 지난해 직원 수가 늘어 함께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업은행의 예산 심의권을 가진 금융위와 기재부는 책임 공방에 여념이 없다.
금융위는 지난 2007년까지 기재부가 심의를 했기 때문에 이전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7년까지 기재부가 관리해왔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다"며 "복리후생비는 노조와 협의한 사안이고 기관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는 이미 심의권이 금융위로 넘어간 만큼 책임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도덕적해이(모럴헤저드)를 막기 위해 지난 16일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동결 및 축소를 골자로 하는 '2010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무관심이 공공기관의 모럴헤저드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은 반(半)공무원으로 각종 수당으로 임금을 보존하는 문화가 남아있다"며 "정부가 금융공기업의 임금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처가 늦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은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기은신용정보는 지난해 2억5605만원의 복리후생비를 지출했다.
기업은행의 내년도 예산심의는 12월 초 시작되며, 최종 심의결과는 연말께 발표된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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