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못으로 따듯한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유봉상 개인전 "Nailed Nostalgia"

차가운 못으로 따듯한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유봉상 개인전 "Nailed Nostalgia"

못을 이용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작가 유봉상의 개인전 ‘Nailed Nostalgia’가 지난 10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16년 동안 프랑스에서 작업을 하던 작가는 작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국내 풍경, 특히 나무와 숲을 소개한다. 또한 프랑스의 건축물과 산, 바다 그리고 문자 풍경으로 이뤄진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유봉상 作 나무 위에 못과 아크릴릭, 110x165cm

 유봉상은 2000년부터 못을 이용한 오브제 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그는 작은 캔버스에 추상적인 단색화를 일렬로 나열하거나 벽면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못이라는 재료를 촘촘히 박아 지평선 풍경을 나타내면서 전통회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조 회화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일단 풍경을 촬영하고 캔버스 천에 이미지를 출력한 후, 나무 위에 고정시키고 못 작업과 채색을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못을 무수히 박은 후, 정교하게 갈아내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추상적인 지평선 이미지에서 바다·파도·숲 그리고 건축물에 이르는 구체적인 이미지까지 보여준다. 

   
 
유봉상 作 나무위에 못과 아크릴릭_70x225cm

 작가가 이용하는 못은 매우 차가운 금속성을 갖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은 역설적으로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풍경이다. 이번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들이 가장 의아해 하는 부분이다. 수평선을 따라 반짝이는 빛, 종이에 쓰인 글자같이 가볍고 날렵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유봉상의 작품이 몇 만개의 스테인리스 못이 박힌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그렇다. 또한 캔버스에 못을 박는다는 행위는 힘이 넘치는 남성적 행위며, 폭력적인 의미까지 내포한다. 하지만 작품은 평온하고 부드러운 여성적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품 세계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다.

 유봉상의 작품은 빛의 정도 또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변화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못이라는 차가운 재질이 만들어내는 그만의 낭만적인 작품 세계는 묵묵히 오랜 시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통해 창조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장인 정신까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의 02-519-0800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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