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정부는 예정에도 없던 정부 합동브리핑을 열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 4개 부처 수장과 유영학 보건복지부 차관 등이 참석하는 '고위급' 브리핑이었다.
하지만 브리핑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부가 앞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의 내용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다.
굳이 새로운 사실을 찾으라면 국회에서 예산안이 법정기일 내에 확정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게 전부였다.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 실망감이 드러나고 "국회에서 예산 처리가 지연되는 것이 한두해 일이 아닌데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자료가 부족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일정정도 근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국회의원을 하다 최근 입각한 최 장관에게는 "정치권에서 예산 심의가 늦어지는 것은 당의 이익 때문인가, 아니면 정부의 예산 편성 잘못 때문인가"라는 질문도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거나 "4대강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윤 장관은 "국회에서 논의가 어느쪽의 잘못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여야 구분없이 나라 장래를 위해 논의하고 상의해서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어서 법정 기일내에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정치 공세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공세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윤 장관도 이런 분위기를 느꼈는지 브리핑 도중에 기자들을 향해 "오늘 반응을 보니..."라거나 "여러분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라고 언급했다.
291조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에 대한 지출 계획을 단지 시간 변수로만 접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 말대로 경기침체기에는 한푼의 예산이 더욱 갚지다. 감세로 인해 넉넉하지 않은 나라 살림이라서 더욱 소중하다.
여야가 예산안 심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기는 것은 의회정치의 존재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대신 정부가 정치권의 논란을 유발하는 면이 없는지 묻고 싶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폐지해야 하는지 유지해야 하는지.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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