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외환, 감정싸움 재현되나

  • 외환은행 노조 "인수 추진시 강력 투쟁", 2006년 논란 판박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자 외환은행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수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양측의 기싸움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은행권은 두 은행 간의 감정 싸움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06년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8일 외환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외환은행이 KB금융지주에 인수돼 국민은행과 합병하면 외국환·무역금융·기업금융·해외영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외환은행의 조직과 정체성이 파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KB금융 경영진이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선임을 염두에 둔 것일 뿐"이라며 "그러나 KB금융의 성급하고 무분별한 행동은 외환은행 문제를 론스타 주도의 머니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은 그동안 지적돼 온 독과점 논란을 비롯한 많은 불확실성과 사회적 갈등 및 비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며 "외환은행 인수를 계속 추진할 경우 국민은행을 상대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노조는 "외환은행의 행명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장기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주주라면 지지하겠다"며 최근 산업은행이 글로벌 CIB 육성을 위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만큼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대로 '성급하고 무분별한 행동'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언급했던 사안이며 이번에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며 "외환은행 노조의 논리는 3년 전과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두 은행은 지난 2006년에도 같은 사안으로 충돌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자 외환은행 노조 측이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국민은행은 인수전에서 밀려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경우 감정의 골만 깊어지게 된다"며 "이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 후에도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합병 후 인력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선제적 투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환은행 노조 입장에서는 국내 은행보다 외국계 은행에 매각되는 게 나을 것"이라며 "고용 보장에 대한 우려로 3년 전과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강정원 행장이 KB금융 회장 선임을 앞두고 입지 구축을 위해 외환은행 인수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낸 셈"이라며 "향후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것을 대비해 미리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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