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 조남호 한진重 회장의 '엇나간' 경영실험

- 조선업에 건설사식 경영시스템 도입… 실적악화
- 경영진 비전문성 노출, 노조ㆍ협력업체 '반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남호(사진) 한진중공업 회장이 조선 사업부분을 둘러싼 안팎의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은 예상치 못했던 글로벌 경기침체로 사실상 신규 수주가 끊긴 상태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필리핀 수빅조선소 역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또한 안으로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실패로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다른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은 상태다.

이로 인해 한진중공업은 '어닝 쇼크'라 불릴만한 참담한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처럼 한진중공업이 대내외적 위기에 처한 원인으로는 조남호 회장의 '건설식 경영스타일'에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조남호 회장은 건설업을 통해 경영학습을 시작한 만큼 기본적인 경영방식의 기조에 건설스타일이 깔려있다.

이 때문에 조선업 경영시에도 도크책임제, 최저가격 입찰제 등을 도입하는 등 일반적인 조선업 경영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조회장의 경영스타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업체 임원진 조차 건설업 임원들로 채워지면서 '비전문성'을 노출시키는 등 재계의 대세인 '전문인 경영시대'에 역행, 기업경쟁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조선시황 악화 속에서 '조남호식 경영스타일'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노조 "건설 출신 경영진이 문제"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은 3분기 기준 6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79.3% 감소한 250억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당기순이익은 지난해(254억원)에 비해 적자(-399억원)로 돌아섰다.

이는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실적을 올린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결과다.

김홍균 한화증권 연구원은 "파업과 원-달러 환율하락으로 매출이 전분기 대비 18.6% 감소했다"며 "고정비까지 늘어나 영업이익율도 전분기 대비 9.1% 줄어든 3.7%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빅조선소의 컨테이너선 건조 스케줄 조정으로 지분법손실이 437억원 발생해 세전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4분기 이후에도 조선부문의 성장은 둔화되어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노사는 그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는 건설 부문 출신 경영진들이 조선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경영 방침을 조선업에도 적용, 밀어 붙이는 데서 지금의 위기가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영진들을 중용하는 것은 조 회장의 이력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1971년 그룹에 입사해 주로 중동ㆍ동남아 등 해외 건설사업 현장을 누비며 실무를 경험했다.

권용상 한진중공업 노조 사무국장은 "건설출신 경영진들은 고도의 숙련과 계획적인 공정이 요구되는 조선 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임원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경영 방식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은 채 시황 탓 만하며 노동자들에게 기본급 삭감 등 고통 분담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건설사 운용 방식과 비슷한 최저입찰제를 도입, 사내하청업체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사내하청업체 11곳이 폐업했다.

또한 건설 시공 방식과 비슷한 도크별 독립 생산방식을 채택, 현장 근로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배의 종류에 따라 생상공정관리가 이뤄지는 '선종별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회사측 "생산성 제고가 우선"

사측은 이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경영진의 문제라기 보다 생산성의 문제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는 시황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면서도 "부산 영도조선의 규모가 다른 대형 조선소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이유로 넓은 건조장을 확보하기 위해 수빅조선소를 준공한 것"이라며 "최근 최저입찰제와 도크별 독립 생산방식을 도입한 것도 영도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경영진이 이번 위기를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더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이 예고되고 있어, 노사 간 충돌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선 굵은 경영으로 유명한 조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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