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대우건설 M&A '위기냐, 기회냐"
대우건설 인수의향을 표명한 외국 자본이 기업사냥꾼인가, 아니면 대우건설을 살리려는 투자기업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적 헤지펀드라고 보는 일단의 부류는 '먹튀', '국부유출' 이라며 부정적이다. 반면 대우건설의 당면 과제인 건전성을 확보, 대우건설의 옛 명성의 회복에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견해도 있다.
극명한 시각 속에서도 M&A 이후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리딩하는 대우건설의 고유 기술과 공법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쌍용차와 하이닉스의 특화기술 해외 유출논란이 대우건설의 해외자본 인수 이후에 재연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20일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이번 대우건설 인수협상 후보군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이 참여한 자베즈 파트너스, 미국계 부동산개발업체인 AC개발, 러시아 기업 등이 포함됐다.
◇노조 "투기자본에 매각 안된다"
일단 대우건설 노조는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모두 대우건설의 안정적 경영보다는 단기적 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투기세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입찰참여 기업 3곳 모두 "업체의 성격과 국적이 불분명하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산업은행이 이번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3곳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펀드 자베즈 파트너스에 대해 "자베즈 파트너스, 자베즈 어드바이즈는 각각 지난 5월, 10월에 설립된 자본금 5000만 원에 불과한 기업"이라며 "펀드 운영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으며 사모펀드 운영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자베즈 파트너스와 손잡은 중동 국부펀드에 대해서도 "명백한 투기자본"이라고 못박았다.
노조는 미국 AC개발에 대해서도 "소규모 시행사에 불과한 업체가 건설업과 전혀 무관한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업체의 경우 "수조원이 필요한 거래를 예비실사도 없이 본 입찰에 참여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번 입찰은 금호그룹이 경영권을 위임받을 수 있는 투자자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끝까지 투기자본 매각을 강행한다면 대우건설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보유 인력과 실적은 세계 최상의 수준이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인정하는 플랜트와 원자력발전소 등 대우건설이 보유한 기술이 해외에 유출될 소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중장기 측면에서 시너지 높을 것"
반대로 자본주의 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 대우건설의 M&A는 향후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본입찰 참여 투자자들은 대체로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영업이나 향후 기업가치 등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중동펀드의 투기자본 논란과 관련해 "사모펀드 등 누구라도 투자를 하려 할 때 가치가 있으니 들어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을 봤을 때 자산을 털어 빼갈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어 기업가치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M&A연구회 박사는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로 국부유출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안된다"는 시각을 내놓았다.
김 박사는 "기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외국계 펀드가 M&A 후 투자가치를 높인 후 새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은 자본시장 원리에서는 합당한 일"이라며 "다만 외국자본의 성향과 국부유출 우려 등은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우건설의 M&A가 향후 추진될 현대건설과 쌍용건설 M&A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현대의 경우 범현대가가 모기업이라는 정서적 상징성이 있고 쌍용은 건설분야를 확대하고 싶어하는 중견기업들의 참여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국내기업 중에서는 대형 건설 M&A 매물에는 매력을 못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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