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와 기업의 세종시 '윈윈'

  •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세종시를 자족형 산업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을 밀어 붙이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최근 전경련 회장단을 만나 세종시에 입주해 줄 것을 요청했다.

행정도시로 개발되던 세종시를 산업.과학도시로 바꾸는 과정에서 충청권과 야당의 반발이 강해지자 정부가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든 충청권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큰 기업을 세종시에 심어주는 것이다. 세종시는 원래 2050년까지 인구 50만명의 행정 도시로 개발하기로 돼 있었다.

정 총리는 최근에 이름을 대면 알만한 중견기업이 세종시로 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상당한 기업들이 오겠다고 했고 90~95% 마음을 굳힌 기업들도 있다”고 밝힌 일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여러 국내외 기업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이전 기업에 대해서는 재정적 행정적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 가운데는 토지를 싸게 공급하는 방안과 기업이 분양받은 토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기업을 세종시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입주 했을 때 불편 없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해야 한다. 저렴한 토지 공급은 물론 공장 설립절차의 간소화, 각종 세제혜택까지 기업을 자극할 만한 게 나와야 한다. 이런 것도 없이 입주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문제는 세종시에 대한 파격적인 혜택이 다른 기업도시와의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원동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지금 구상하는 그림은 다른 지역에 전혀 유치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신규라든가, 수도권에서 이주해온다든가, 아니면 외국 기업체들, 연구기관들”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세종시 입주 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내놓자 이미 전국의 16개 기업도시로 가기로 했던 기업과 해당 자치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도시로 갈 바에야 차라리 지원이 많은 세종시로 간다는 것이다. 역차별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기업들도 정부의 입주 요청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정운찬 총리와 만났을 때 “기업들은 손해나는 일은 안한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회장의 말대로 라면 기업은 돈만 버는 집단이 되고 만다. 우리 기업이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잊고 손해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니다. 

꼭 이익이 돼야 정부에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아쉬우면 정부에 손을 내밀고, 아쉽지 않으면 내밀었던 손을 다시 오므리는 것으로 기업의 이익추구가 지나침을 잘 나타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딱 알맞다.

물론 기업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본사 또는 주력 기업이 세종시로 가면 업무수행에 불편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운영하려면 관련부처 공무원을 끊임없이 만나야 하고 설명을 해야 하는 데 본사가 세종시에 있으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협조할 때는 협조를 해야 한다.

만일 세종시에 기업이 입주한다고 하더라도 직원들까지 다 내려가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단지 세금을 지방에 내는 것뿐이다. 낮에는 세종시에서 일하고, 잠은 서울에서 잔다면 세종시의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 일은 대덕연구단지에서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다. 이렇게 된다면 세종시 건설 의미가 퇴색된다.

정부는 세종시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하되 다른 기업도시와의 형평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은 손익계산서만 따지지 말고 정부가 협조를 요청하면 응할 수 있는 폭넓은 경영을 해야 한다. 파격 지원만 내세우는 정부,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관심사다.

세종시는 이제 정부와 야당, 정부와 충청권과의 대립을 넘어 세종시와 다른 기업도시와의 문제로 번졌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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