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름 바꾸면 뜬다

국내 증시 상승으로 펀드 환매 행렬이 줄을 잇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는 국내주식형 펀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스트라이크’ 펀드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네비게이터주식’ 펀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8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무려 6조3718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펀드 자금 유출 규모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들 펀드가 선전할 수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개명(改名)이다.

삼성투신운용 ‘삼성스트라이크’ 펀드의 본명은 ‘삼성밀레니엄드래곤승천’ 펀드. 10년 동안 운용된 장수 펀드임에도 그간 순자산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투신은 그 이유를 펀드의 이름에 있다고 판단했다. ‘밀레니엄(2000년대)’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어 오래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드래곤승천’이란 이름에서 중국색이 묻어나 투자자에게 해외펀드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8월26일 이름을 바꾼 후부터 이달 20일까지 이 펀드의 순자산은 114억원에서 1095억원으로 불과 두 달 사이 약 980억원 이상 급증했다. 또 개명 이후 이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면서 판매사도 기존 4곳에서 9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투신운용의 베스트셀러인 ‘한국네비게이터주식’ 펀드도 사실 개명 덕을 본 상품이다.

2005년 12월 설정된 ‘한국네비게이터주식’ 펀드의 원래 이름은 ‘한국부자아빠성장주식펀드’. 이 펀드 역시 수익률은 좋았지만 이름이 평범해서인지 투자자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한국투신은 2007년 5월 말 이 펀드의 이름을 현 이름으로 바꿨다. 길을 가다 방향을 잃었을 때 나침반을 보듯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때 찾는 펀드란 의미다.

개명 이후 347억에 불과하던 이 펀드 순자산은 현재 5500억원까지 약 15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아무리 개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펀드 운용이 미숙했다면 이들 펀드 역시 시장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스트라이크’ 펀드와 ‘한국네비게이터주식’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20일 현재 기준 연초대비 65.3%와 60.4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 안에 든다.

때문에 펀드 애널리스트들도 이들 펀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미지 쇄신 등을 이유로 개명한 펀드들이 몇 있는데 투자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품 펀드가 되려면 좋은 이름에 꾸준한 수익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들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른 업종 선택이나 종목 발굴이 적절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아주경제= 김용훈·김선국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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