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 분리' 개정안 '막판 진통'


농협중앙회의 신용(금융)-경제(농축산물 유통)사업을 쪼개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마련 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22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농협법 개정안의 법제처 제출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그러나 농협-보험업계 간, 농식품부-금융위원회 간, 농식품부-농협 간, 농식품부와 민관 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 간 등 전선(戰線)이 여러 겹으로 형성돼 있어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농식품부와 농협 간 이견으로 '고차 방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농협법 개정이 예상 밖의 변수까지 만나 더 꼬이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농협법을 둘러싼 싸움은 국회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농협보험'의 설립 문제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공제사업으로 운영되던 사업 부문을 떼어내 농협보험이란 자회사를 세우도록 했다.

보험업계와 농협 사이에 첨예하게 이해가 갈리는 사안이어서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태세다. 법안 개정 작업에서는 각각 금융위원회와 농식품부가 이들의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경 분리의 큰 줄기보다 농협보험 설립을 둘러싼 문제가 훨씬 더 까다롭고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생.손보 사장단이 모두 긴급 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농협의 보험 진출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농협 개혁이 성사되기 위해 어느 정도 '선물'은 있어야겠지만, 왜 하필 보험업계가 피해를 봐야 하며, 피해 정도도 너무 크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농협의 보험 부문 자산 규모는 생보업계로 보면 4위, 손보업계에서 따지면 1위에 이를 정도로 큰데, 본격적으로 보험 시장에 등장하면서 특혜까지 받는다니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보험과 관련한 주요 쟁점은 방카슈랑스 규제를 10년 유예해주는 것과 농협 단위조합을 금융대리점으로 인정하는 조항이다.

방카슈랑스 제한 규정은 은행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대형사 시장 독점 방지와 꺾기 방지 등이 주목적이다.

보험업계는 10년간이나 농협은행이 농협보험 상품을 100%까지 팔도록 허용할 경우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다른 시중은행들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고, 우체국 등 다른 공제가 보험에 진출할 때도 같은 혜택을 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나동민 보험연구원장이 농협보험 대표이사로 영입된 것도 보험업계의 불안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또 농협 단위조합을 대리점으로 인정하면 중소도시에 있는 기존 보험사의 설계사와 대리점의 영향이 약화되며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농협은 보험업계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항변한다. 과도한 특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는 대리점도, 설계사도 있지만 농협은 영업 창구가 농협은행과 단위조합뿐"이라며 "공제에서 보험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안착할 때까지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 수준의 혜택으로는 지금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욕심을 내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보험업계는 농협 개혁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인 만큼 부처 간 조율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와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며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신경 분리의 구체적인 방법론은 농협보험 문제가 더 큰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덜 쟁점적인 사안이 됐다.

물론 개혁의 대상인 농협 외에 정부 파트너였던 농협개혁위원회까지 정부의 신경 분리안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갈등이 확대된 국면이다.

그러나 신경 분리의 방법론과 관련한 대목은 큰 폭의 수정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견이 제기된 부분 중 상당수가 이미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경 분리의 방법론은 입법 예고 전 많은 검토를 했다"며 "입법 예고 이후 제기된 문제 중 상당수가 그전부터 해온 주장의 동어반복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경 분리의 시기나 농협중앙회 명칭 변경, 상호금융 독립화의 시점, 신경 분리에 필요한 부족 자본금의 규모나 투입 우선순위 등은 입법 예고안의 골격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기 전까지는 정부 내부적으로 많은 의견이 오가며 조정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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