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택시장에서 중견건설사 사라진다

"앞으로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더 이상 크게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몇몇 대형건설사들을 제외한 중견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중심의 경영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수도권 택지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중견건설사 대표가 향후 회사의 사업 구조를 주택에서 토목과 건축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한 말이다.

건설사 CEO의 얘기가 단지 푸념일까. 아니다. 상당수 중견건설사들은 주택 사업 규모를 줄이고 토목이나 건축 부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의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 자체가 위축된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수익성마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주택에서도 브랜드 파워가 중요해지면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수주는 대형건설사들의 독무대가 된 지 오래다.

금융권에서도 중견건설사들은 미운 오리 새끼다. 사업을 해보려 해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자금 사정 때문에 시공권을 넘기는 중견건설사도 늘고 있다. 흥화는 인천 청라지구 A8블록 시공권을 대우건설에 넘겼다. 당초 시행과 시공을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도 양우건설로부터 김포한강신도시 AC-15블록 시공권을 인수했으며 포스코건설 역시 중흥건설이 시행·시공을 추진하던 청라지구 A28블록 시공권을 인수했다.

최근 한 워크아웃 건설사도 올해 초만해도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대규모 주택 사업의 시공지분 70%를 대형건설사에 넘겼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워크아웃 건설사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체 사업으로는 진행이 어렵다"며 "대형건설사와 함께 사업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업권을 넘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주택 시장에서 중견건설사들이 설 자리는 완전히 없어질 것 같다. 국내 주택시장에 일부 대형건설사와 공공부문만이 남게 된다면 공급 물량이 줄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형건설사과 중견건설사 모두 살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