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룹 해체 10년‥ ‘대우’라는 이름

대우가 해체된지 10년이 지났다. IMF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던 대우그룹은 결국 1999년 8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우’를 만든 김우중 회장 역시 그해 10월 중국 대우자동차공장 방문 이후 5년이 넘는 해외 도피 끝에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그 후 10년, 각 계열사들은 서로 각자의 길을 걸었다. 어떤 계열사는 자립하고 어떤 계열사는 좋은 주인을 만났다. 하지만 아직 많은 회사가 새 주인(M&A)을 찾지 못했다. 마치 부모님이 파산한 뒤 잠적하고 아이들은 이곳저곳에 퍼진 것처럼.

대우건설은 금호에 매각된 후 금호의 경영사정 악화로 두 번째로 새 주인을 찾아야 된다. 대우일렉은 지난 10년간 10분의 1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다. GM대우 역시 모기업인 GM사의 경영악화로 인해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두산중공업 기계사업부(현 두산인프라코어)나 대우정밀(현 S&T대우) 등은 다행히 새 주인을 잘 만난 케이스다. 경영상황이 호전돼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 등도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듯 대우그룹의 명성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대우’와 ‘대우맨’의 이름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취재를 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대우 출신을 만나면 그들은 옛 대우의 추억과 함께 대우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한 구 대우그룹 출신 임원은 기자에게 “대우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 동구권, 신흥 국가에서는 대우라는 이름이 여전히 통한다”며 “우리 기업이 어디에 매각되더라도 대우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대우인회’로 그 명맥을 이어오던 옛 대우 사람들이 ‘대우세계경영연구회’라는 보다 적극적인 단체를 결성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세계화를 이끌던 ‘대우’라는 브랜드와 ‘대우맨’이라는 자부심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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