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문 '대우건설' 앞날은?

국내 정상급 건설업체임에도 국적이 불문명해진 대우건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중동계와 미국계 2개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향후 전망도, 국적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중동 사모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JABEZ PARTNERS)와 미국계 투자자인 티알아메리카(TR America) 컨소시움을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복수 선정에 대해 금호그룹측은 "두 컨소시엄 모두 자금조달 능력이 검증된데다 대형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강한 인수의지를 보였으므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최근 글로벌 경영위기 및 국내시장 변수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자 사전에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두 컨소시엄 경쟁유도로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8일 본입찰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 모두 주당 가격 2만원 이상을 써내 금호그룹으로서는 대우건설 매각가 3조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우건설로서는 앞날에 대해 그리 밝은 전망을 내놓을 수 없어졌다. 먼저 중동펀드와 미국계 투자자가 동시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실상 아직까지 어느 국적을 달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우건설은 중동지역 사업이 많아 중동펀드가 인수할 경우 그 지역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1976년 해외건설업면허를 취득한 후 나이지리아, 리비아, 말레이지아 등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지역 전세계 42개국 건설시장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이 국부펀드는 기업의 전략적 투자 등에는 큰 관심이 없이 펀드사업만 해 온 것으로 전해지며 실상 대우건설 기업가치 제고가 최우선 목표인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미국계 투자자인 티알아메리카의 경우 주요주주가 미국의 중견기업인 티시만(Tishman)사다. 이 회사는 대우건설 인수로 국내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튼튼한 기반을 닦고 있고, 시장규모 자체가 협소한 상황에서 미국계 회사가 국내에서 성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두 컨소시엄 모두 향후 본격적인 실사와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쳐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두번이나 풍파를 겪은 대우건설로서는 세번째로 또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상처만 남을 수 있다.

두 컨소시엄 중 최종 한 곳이 인수기업으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실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향상에 주력할 지, 아니면 중간 차익을 노리기 위한 투기세력, 일명 '먹튀'가 속셈인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최악의 시나리오 경우 대우건설이 지닌 각종 건설 노하우와 기술 등만 외국계인 이들 투자자가 빼가고 빈껍데기만 남는, 쌍용차 사태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노조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LNG플랜트나 발전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놓은 플랜트 부문에서 많은 기술을 개발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 최단기간 원전 건설기록을 보유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와 경부고속철도, 세계최대규모 조력발전소인 시화호 조력발전소, 거가대교, 부산항 3단계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수행, 많은 노하우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부정적 전망과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이 이번 M&A 작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해외사업 확대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 내부에서는 보수적인 경영시스템의 금호그룹과 달리 대우건설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만큼 앞으로 해외사업이나 국내사업에 더 적극적인 추진으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하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이번 M&A가 이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과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에 진정한 발판이 돼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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