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출을 통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가전제품 수출을 크게 늘렸고, 경기침체 속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 11월 10일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회복으로 가는 반등’보고서 중에서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재도약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LCD 등 위기 속에서 시장주도권을 확보한 우리나라의 주력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격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 일본의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고 한국 제품의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크게 높아진 지금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실장은 “지금이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나설 적기”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위기 이후 우리산업에 유리하게 전개될 여건 변화에 부응해 신속한 리스트럭처링((restructring) 진행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지금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삼성, 위기 속에서 글로벌 시장주도권 잡다
지난해 4분기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사업전망은 지극히 어두웠다.
“올해 매출 목표를 시장성장률 이상으로 잡고, 영업이익은 최대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초일류 수준의 재무구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은 당시의 상황을 대변한다.
그러나 그 후로 1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금융위기 1년 만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내는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실적을 올렸다.
소니가 4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노키아는 매출이 감소하는 등 대표적인 글로벌 업체들이 여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 고전하는 동안 이뤄낸 성과다.
이에 따라 삼성은 성과급 반납, 비즈니스 출장 제한, 연월차 수당 제한 등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시행했던 각종 비상경영 조치도 모두 원상복구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 35조8700억원(이하 연결기준)과 영업이익 4조23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인미답의 100-10클럽 가입
올해 들어 9월까지의 실적은 매출 97조500억원, 영업이익은 7조2200억원으로 4분기에 2조78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만 내면 삼성전자는 연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올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전기도 3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삼성전기는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5487억원, 영업이익 2070억원, 당기순이익 123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5%, 367% 증가했다.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분기와 비교해도 매출 18%,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1% 늘었다.
삼성SDI도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 3474억원, 영업이익 881억원, 순이익 87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2차전지와 PDP, 브라운관(CRT) 사업 등 전 부문에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3.5%, 영업이익은 82% 증가했다.
삼성테크윈도 올 3분기에 매출 710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3%, 작년 동기 대비 15.7% 늘었고, 영업이익은 각각 28.9%, 64.7% 증가했다. 올해 2월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떼어냈지만, 방산, 감시장비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게 성과를 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선 삼성그룹 전체 매출도 2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47개 국내 비금융 계열사, 164개 비금융업 해외 계열사, 18개 국내·외 금융업 계열사를 모두 합해 206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발 앞선 제품출시와 과감한 투자가 성공비결
이처럼 삼성전자의 실적이 1년 만에 극적으로 반전된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경쟁업체 보다 한 발 앞선 제품출시와 과감한 투자였다.
일례로 TV 부문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던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LED TV를 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LED TV는 기존 LCD TV에 비해 40% 상당 가격이 높다. 이 때문에 소니 등 경쟁사들은 제품 개발에 성공하고도 양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삼성LED와 함께 적극적으로 시장 창출에 나섰다.
그 결과 삼성전자 LED TV는 미국시장에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며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휴대폰 사업도 성능은 뛰어나지만 아직 가격이 높아 상용화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받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단말기를 출시했다. ‘아몰레드’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들은 야외에서도 밝은 화면을 유지하는 OLED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CD 사업 또한 경기악화로 경쟁사들이 감산에 나서는 동안 꿋꿋하게 라인을 풀가동함으로써 빠른 수요 증가에 적절히 대응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3분기에만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눈앞의 성공에 만족하기보다 올해 잡은 승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액 400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3’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오는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IT 업계 수위는 물론,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지난 40년간의 성공을 넘어 초일류 100년 기업을 향한 창조적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 창립30주년 당시 10년 후 매출 100조원 돌파, IT업계 톱3 진입을 목표로 발표한 후 10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목표에 도달했다.
삼성전자의 향후 1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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