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전격적으로 사실상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연기)을 선언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상황에서 유럽 은행들이 최대 400억 달러가량을 물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또 두바이 사태를 계기로 이슬람 채권의 '성실성'(due-diligence)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 통화청(중앙은행격) 소유 은행이 26일(이하 현지시각) 달러채권 발행을 연기한다고 밝혀 두바이발(發) 금융위기 충격이 걸프 산유권으로 본격 전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마켓워치는 26일 런던발로 크레디 스위스 은행의 고객용 분석을 전하면서 유럽은행들이 두바이에 물려있는 채권이 최대 4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분석은 이번에 채무상환 연기를 선언한 두바이 정부 소유 두바이월드가 지난 2005년 이후 발행한 채권 100억 달러와 함께 신디케이트론 260억 달러가 그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분석은 유럽 은행들의 중동 비즈니스 비중이 통상적으로 전체의 1-2% 수준이라면서 따라서 두바이에 물린 채권에서 50% 손해가 난다고 칠 경우 내년의 대손 충당이 5%가량 늘어나는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두바이에 월가보다는 유럽 은행들이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왔다면서 그간 두바이 채권 발행을 주관하거나 직접 유통시장에 참여해온 은행들로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BNP 파리바, ING 그룹 및 로이드를 거명했다. 또 스탠더드 차터드 및 HSBC도 물렸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는 사우디 통화청이 지분 97%를 소유한 사우디 은행 GIB가 최소한 5억 달러의 달러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두바이 사태가 터지자 전격적으로 연기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GIB는 채권 발행을 앞두고 2배수가량의 투자자를 이미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바이 월드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26일 가산 금리가 109베이스포인트(1베이스포인트=0.01%) 상승해 무려 649로 치솟았다.
두바이 CDS는 채무상환 연기가 발표된 전날도 100베이스포인트 이상 급등한 바 있다. CDS 급등은 그만큼 투자자가 도산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한편 두바이 당국자가 26일 "채무 유예가 신중하게 계획된 것으로 현재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무디스는 구조조정 대상 채무가 최대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두바이의 채무는 800억 달러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두바이월드 채무가 약 590억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연기가 받아들여질 경우 내년 5월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채무는 근 57억 달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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