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이용해 시대와 공간을 엮는다' 이이남 개인전 '사이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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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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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의 힘으로 새로운 상상력과 감각을 주는 작가 이이남의 개인전 '사이에 스며들다'가 지난달 18일부터 13일까지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해석한 동·서양의 명화 40여점을 비디오와 C-print 두 가지 방법으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기존에 발표한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더욱 다양해진 소재와 풍성해진 내러티브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이남이 선택한 고전 및 현대미술 작품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LED화면을 이용해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들을 연결시키거나 고정된 그림을 움직이게 한다.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왜 이번 전시의 주제가 ‘사이에 스며들다’ 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작 ‘겸재 정선과 세잔’에서는 겸재가 1741년경 안개 낀 밤 남산의 풍경을 그린 풍경화 ‘장안연월’과 세잔이 1904년경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이 만난다. 

   
 
겸재정선과 세잔, Video, 4min30sec, 2009

 작품은 LED화면 속 겸재의 산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세잔의 산이 오버랩 되며 시작된다. 두 그림은 동·서양 그림의 원근법 및 화풍이 다르듯 완벽히 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작가가 내려주는 빗방울에 의해 점점 서로의 특징을 주고 받으며 합쳐진다. 겸재의 그림이 세잔이 되고, 세잔의 그림이 겸재의 화풍으로 변화된다. 이는 두 화가가 각기 다른 시대에 다른 재료를 이용하여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그렸지만 결국 만물의 본질을 찾아가는 정신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디지털 기술로 이 두 거장의 만남을 주선했다.

 또한 이이남은 ‘신-박연폭포’를 통해 겸재의 걸작 ‘박연폭포’를 관람객의 눈앞에서 움직이게 했다. 작가는 ‘쏴아’하는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와 아름답고 투명한 연못 등을 실제의 모습처럼 살려냈다. 그 덕에 관람객들은 개성이 아닌 서울에서, 18세기가 아닌 21세기에 6m LED TV를 가로질러 떨어지는 박연폭포 물줄기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신-박연폭포, Video, 3min50sec, 2009

 단순한 송수신기인 TV를 예술의 장으로 끌어들인 이이남. 그는 일반인들이 관심은 있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웠던 명화를 친숙한 TV속에 나타내 일상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갖게 했다. 게다가 그림이 움직이면서 서로 만나고 변하기까지 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방식을 연 작가를 통해 추위에 둔해지기 쉬운 감각을 깨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문의 720-1524.

 용어설명:C-print

C-print는 사진을 만드는 방식 중 하나다. C-print에서 c는 크로모제닉(chromogenic)의 줄임말이다. 크로모제닉은 "발색"이라는 뜻으로, 전통적인 은염방식의 컬러사진에서 색을 만드는 방법이다. 즉 c-print는 전통적인 은염방식(표면이 젤라틴으로 된)의 컬러사진을 의미한다.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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