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가지수연계예금(ELD) 출시가 늘었지만 판매 실적에 있어서는 은행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하반기 들어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ELD 판매 실적이 급증하면서 수신기반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오히려 잔액이 줄어들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가운데 ELD로 가장 재미를 본 곳은 단연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ELD 잔액은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김정태 행장까지 직접 나서 ELD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 당시 팔았던 ELD 상품의 수익률이 평균 7~15% 정도 된다"며 "경영진도 큰 관심을 보이며 ELD 실적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에만 2400억원 가량을 팔았으며 하반기 들어 2000억원을 추가해 현재 7700억원의 잔액을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올 들어 15회에 걸쳐 ELD 상품을 출시했지만 판매 실적은 15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출시 횟수는 지난해보다 2회 늘었지만 실적은 500억원 가량 줄었다.
국민은행은 11월 말 현재 3448억원의 ELD 잔액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4795억원)보다 잔액이 1350억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상반기까지는 잔액이 400억원 가량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하반기 들어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은행별로 ELD 실적 격차가 벌어진 것은 올해 금융시장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전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김성엽 하나은행 상품개발부장은 "ELD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면서 투자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시장 변동성이 클수록 매력적"이라며 "실제로 지난 주 두바이 쇼크가 터졌을 때도 ELD 판매를 늘렸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도래시 원금만 받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영업점에서도 ELD 판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판매 교육을 실시하면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현호 국민은행 수신상품부 팀장은 "올해 ELD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9~10월 판매한 3000억원 가량이 만기가 도래하면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며 "지난해에는 자본시장 불안으로 ELD가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올 들어 주가가 상승하면서 판매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ELD 실적은 영업점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판매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주가가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한 ELD에 주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ELD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향후 시장 동향을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상언 신한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앞으로 주가가 추세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조정 국면을 우려한다면 ELD가 낫다"며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투자자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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