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쇼크로 요동쳤던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잠잠해진 건 두바이 금융시장이 연휴를 맞아 26일부터 29일까지 휴장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두바이 증시가 개장하면 금융주를 중심으로 지수가 한계치(10%)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닷새만에 열린 두바이 증시 DFM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3포인트(6%) 폭락한 채 출발, 개장 한 시간만에 낙폭을 7.2%로 확대했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마크 프리덴설 아부다비상업은행 펀드매니저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동안 주식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산 아라비 걸프메나얼터너티브인베스트먼트 대표도 "두바이나 아부다비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에 물려 있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큰 유럽계 은행의 부실 가능성도 변수다. 에미리트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두바이에는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스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등 유럽계 은행 자금만 400억 달러 가량 묶여 있다.
문제는 이들 은행이 금융위기의 새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자료를 인용, 영국과 유럽, 북미, 일본 등지의 24개 은행과 6개 보험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30개 금융기업 명단에는 두바이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가 큰 유럽계 은행 상당수가 포함됐다.
아부다비 정부의 개입 방침도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아부다비 정부는 최근 UAE 중앙은행을 통한 두바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부다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원은 '선별적으로(pick and choose)' 이뤄질 것이며 백지수표를 내줄 생각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아부다비의 소극적인 자세가 두바이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다른 한켠에는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주요 자산을 유리한 입장에서 매입하기 위한 연막작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UAE 은행들이 경기침체 충격으로 이미 대규모 손실을 봐 여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2곳이 150억7000만 달러 규모의 채무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것도 걸림돌이다. 블룸버그는 UAE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 지난달 UAE 금융권의 부실대출 비율이 1년 전 1.92%에서 2.76%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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