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 중재안…한국노총도 입장선회
복수노조 등 노동현안을 협상하기 위한 노사정 6자회의가 결렬된 가운데 한나라당이 복수노조 허용 시기 3년 유예를 핵심으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함에 따라 노사정 협상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복수노조의 허용 시기를 3년 유예하고 노조원 1만명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우선 시행하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전날 임태희 노동부 장관,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 부회장 등과 가진 노동현안 관련 4자 회담에서 이 같은 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복수노조의 허용은 당초 내년 시행에서 3년간 유예돼 2013년부터 시행된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 노조원 1만명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적용토록 하되, 1만명 미만의 기업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추진토록 했다.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안 대표가 한국노총과 경총에 2일까지 합의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당이 준비한 안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복수노조는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한국노총의 주장을 받아들여 3년간 유예 기간을 주기로 하는 등 절충안을 내놓음에 따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던 노사정이 타결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노사정 협상이 새 국면을 맞이한 것은 한국노총이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협상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날 한국노총은 자율적인 전임자 급여 문제 해결을 전제로 법의 폐기 또는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제안했다. 이는 내년 시행되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사실상 유예하자는 제안이다.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노조 사이에 사활을 건 조직경쟁이 불가피해져 투쟁적인 노조가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기존의 태도를 바꿔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등의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정 간 절충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놓은 타협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시행 유예와 함께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금지 쪽으로 입장을 바꿔 정부와의 협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한목소리로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 금지 조항을 노동조합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전임자 임금 문제와 복수 노조 문제 등 쟁점에서는 입장이 다르지만 당장 내년 법 시행은 부담스럽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한국노총과 경총, 한나라당이 잠정 합의를 내놓으면서 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중재안은 한국노총 처지에서는 대부분의 산하 노조에서 전임자 임금을 챙기고, 경총으로서는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미룸으로써 각각 실리를 챙기는 방안이어서, 양자가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할 경우 전망이 어둡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노사가 가져온 합의안을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판을 깨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미 한국노총과 경총, 한나라당이 잠정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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