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이사장 인선이 유력후보 셋으로 압축되고 있다. 출신별로는 업계 두 명과 학계 한 명으로 각각 김봉수 키움증권 부회장ㆍ김성태 대우증권 전 사장과 남상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와 갈등 끝에 전임 이사장이 물러난 만큼 증권가는 인선 과정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원자 10여명 가운데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김봉수 부회장, 김성태 전 사장, 남상구 교수를 포함한 6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추천위는 이 가운데 3명을 추려 이달 안에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자본시장 상징 격인 거래소가 당국과 불협화음으로 제 역할을 못 한 데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즉, 이번 인선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당국과 거래소 간 갈등을 풀고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먼저 김봉수 부회장은 키움증권을 온라인 증권사 1위로 키워낸 저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는 고려대 출신으로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과 청주고 선후배 사이.
김성태 전 사장은 탁월한 경영 역량으로 대우증권이 옛 위상을 되찾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김 전 사장과 부인은 소망교회 신자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두터운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대우증권에서 물러난 탓에 유력 후보 가운데 들러리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학계에선 남삼구 교수가 유일하게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 교수는 이정환 전 거래소 이사장 선임 당시에도 끝까지 경합했던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 모교인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점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 시각.
유력 후보 외엔 서류전형을 나란히 통과한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마지막까지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부회장은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을 성공적으로 합병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남대 출신이란 점. 현 정부 들어 영남대 출신은 정ㆍ재계 전면에 대거 자리잡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알려진 유력 후보가 모두 탈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민간 출신으로 취임 당시 기대를 모았던 한 기관장이 최근 배임혐의로 말썽을 일으킨 만큼 이번 인선은 검증 작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앞서 거래소가 주주총회를 한 차례 연기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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