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국내 증시가 루머에 ‘낚였다’란 표현이 적당하겠다.
'낚이다'는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뉴스나 정보의 제목과 기사가 서로 다르거나 기사의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을 낚인 고기에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국내 증시가 신뢰성 떨어지는 루머에 제대로 낚였다.
이날 오전 증권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용차가 지난 26일 오후 7시에서 8시경 평양 대성구역과 황해남도 안악군 사이 도로상에서 피습된 상태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메신저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피습됐다는 소식에 이날 코스피지수는 불과 14분 만에 약 20포인트나 떨어졌다. 관련주들도 냉온탕을 오갔다. 방위산업주들은 10분 사이 10%이상 급등세를 기록한 반면 남북경협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행히 근거 없는 낭설이란 통일부 발표에 시장도 곧 안정세를 찾았지만, 이는 가벼운 해프닝으로만 치부하고 넘길 사안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언제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사망설, 피습설, 유고설 등은 매년 국내 증시를 괴롭히는 단골메뉴였다. 지난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식석상에 한 달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유고설이 나돌았고, 2003년도엔 간암설까지 나오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이번에 출처가 된 모 인터넷언론의 엉터리 기사 역시 작년 5월 보도된 피습설이 문구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재탕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일이 또 반복되더라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사건 발생 이튿날 루머를 이용한 시세조종 세력을 찾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은 루머를 사실처럼 만들었던 메신저에 대한 직접 단속권한 조차 없는 상황이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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