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투자자에 대우건설 넘기겠다”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 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풋백옵션 행사 시점 연장을 요청하고 경영권도 넘기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지난 1일 대우건설 FI들에게 풋백옵션 행사 연기를 위한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금호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매각협상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풋백옵션 행사시점을 1∼2개월 연기해 줄 것을 FI들에게 요청했다.

또 협상 결렬에 대비해 기존 풋백옵션 계약을 개정, 대우건설 주식 18.6%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풋백옵션 권리·의무 관계를 청산하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지분은 총 6071만6522주(18.6%)로 대우건설 주가(장중 1만1950원)를 감안하면 7255억원 가량이다. 금호산업 지분과 재무적 투자자들의 보유 지분 39%를 합하면 57.6%로 늘어나게 된다.

금호그룹 측은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풋백옵션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면 매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시기 연장을 요청했다”며 “대금 지급일이 연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측은 현재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 파트너스(JABEZ Partners)와 TR아메리카(TR America) 컨소시엄의 자금조달계획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금호아시아나 측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대우건설을 떠안은 뒤 높은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재무적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 대우건설을 넘겨받더라도 매각 등의 작업이 수월하지 않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금호그룹이 이처럼 비상대책을 세운 것은 우선협상 대상자 측의 자금조달능력 등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여기에 매각무산 가능성을 언급해, 인수자들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풋백옵션은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 정도를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문제의 핵심이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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