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편만 들 수 없어” 경총 발끈
-현대·기아차, 오늘 오전 탈퇴서 제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강하게 주장해 온 현대·기아차그룹이 단계별 시행 카드를 꺼내든 경총에 반발해 3일 경총을 전격 탈퇴함에 따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경총은 재계 2위 기업이자 국내 노사관계의 상징적 기업인 현대·기아차를 잃게 되어 재계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게 됐다. 한국노총도 내홍에 시달리고 있어 4자회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3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경총에 더 이상 회원사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4일 탈퇴서를 제출할 것이다”며 “30여 년간 소속돼 있었지만 최근 경총이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탈퇴 이유”라고 밝혔다.
전경련에서 노사 관계만을 특화 분리한 조직인 경총은 그동안 전임자 임금지급을 내년부터 전면 금지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한국노총의 대국민 성명 발표 이후 4자회의에서 조합원 5000명 이하 사업장은 유예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2006년에도 시행 하루를 앞두고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시행 3년 추가 유예를 결정해 재계의 반발을 샀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 최대 사업장인 현대·기아차(현대차 노조원 4만5000여명, 기아차 2만8000명)로서는 경총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달가울 리 없다. 강성노조 견제를 위해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 지부 소속 노조전임자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상급단체 파견을 포함해 모두 217명이나 된다. 지난해 현대차가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만 137억원인 반면 노조가 조합비로 모은 돈(조합비)은 50억원 가량이다. 이 돈은 파업이나 파면된 조합원의 임금과 해고자 지원 등의 활동비로 쓰이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투쟁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노조 전임자가 30명 정도로 줄어들어 선진화된 노사관계 구축이 가능해 진다.
법이 시행되면 조합비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전임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할 필요도 없고 과도한 전임자 숫자도 줄어든다. 현대·기아차가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한이 있어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주장하는 이유다.
또한 경총 주장대로 종업원 1만 명 이상 또는 5000명 이상 사업장만 먼저 시행할 경우 이들 사업장은 노조의 타깃이 돼 노사관계 악화는 물론 전국 노사관계의 파행이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경총은 노사관계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자신들의 존속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에 역행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은 경총이 앞장서야 할 사업임에도 정부와 역행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해 회원사로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경총은 “회원사별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에 대해 입장이 각기 다른데 어느 한 가지 색깔만 고려할 수 없지 않느냐”며 “현재까지 현대차 측이 공식적으로 언급해 온 것이 없다”며 한 쪽 입장만 들어줄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현대·기아차 내부적으로 문제가 됐기 때문에 경총에 어필한 것”이라며 “경총은 전임자 임금 즉각 시행을 원칙으로 논의 중에 있고, 그런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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