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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장 |
문제는 이번에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이 아니라 외국계 사모펀드라는 점이다. 그것도 대우건설을 인수해서 잘 키우겠다는 기업이 아니다. 적당히 포장해서 다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아주 큰 사모펀드다.
알다시피 사모펀드는 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한 기업을 적당히 손질해서 영업이익을 남기는 것은 물론 인수 기업을 다시 팔아 큰 수익을 챙기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존재 목적이 수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팔려가는 당나귀 꼴이 된 대우건설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대우건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건설 노하우가 인수합병 (M&A)이라는 미명하에 고스란히 외국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실사 과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에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 물론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주인으로서 당연히 기술을 가져가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기술 유출은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 바짝 신경 써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기술유출 시도,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의한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 등은 우리 측에서 참으로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그 원동력은 다름 아닌 ‘첨단기술’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휴대폰, 가전제품과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각종 수출품을 생산하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또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연간 수백억 달러의 해외건설 수주를 하는 것도 세계에 기술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90%에 달한다. 무역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진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은 바로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툭하면 경쟁사의 손으로 넘어 가고 있다. 이번에는 대우의 건설 노하우가 M&A라는 이름으로 외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의 대표적인 건설 랜드마크가 외국인 손에 들어간다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눈치다. 단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가 이행보증금을 내지 않았느니, 자금여력이 얼마나 있는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이행 보증금은 내면 되고, 자금은 더 모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대우건설이라는 우리의 얼굴이 외국인의 손에 들어가고, 이로 인해 대우건설 노하우가 고스란히 외국인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우건설이 국민들과 아픔을 같이해 온 국민들의 기업이었지만 이제 외국의 경쟁기업이 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등 2개의 컨소시엄은 이행보증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손 털고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수 가격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받는 게 통례인데 이들은 국제적인 관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12월 15일 풋백옵션이 돌아온다. 12월 14일 종가기준으로 주가가 3만2513원에 미달할 경우 금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39.6%)에 대해 차액을 보전해야 하는 데 규모가 무려 4조원이나 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매각을 서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나 사모펀드는 ‘먹튀’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칫 국내 대형 건설업체만 하나 외국인의 손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외환은행의 론스타는 대표적인 예다.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2조1548억원에 인수했다. 수차례의 배당을 통해 투자액의 87%인 1조8810억원을 회수했다. 외환은행을 매각한다면 5조원 이상을 더 손에 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우건설 사태는 기술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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