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올해 여름 가족들과 함께 인근 국가로 갔다 온 삼성전자 A 과장. 주말을 합쳐 총 9일이라는 긴 기간은 올해 일을 하면서 쌓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데 제격이었다. 하지만 이후 수개월 동안 다시 피로가 쌓였지만 A 과장에게는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추석 연휴도 짧다. 공휴일 역시 주말에 몰렸다. 이러한 A 과장에게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집중휴가제’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연차휴가를 신청하면 성탄절인 25일(금)부터 신정연휴가 끝나는 내년 1월3일(일)까지 최장 열흘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해제함으로써 성과급을 정상화했다.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한 직원에 대한 연차수당 역시 지급된다.
하지만 직원들이 미처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는 올 연말 ‘집중 휴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율 복장제, 자율 출퇴근제에 이어 자유로운 연차휴가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통상 국내 기업들은 연휴, 혹은 주말에 붙여 연차를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해 왔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는 시기에 관계없이 장기휴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성탄절과 신성연휴 사이를 활용해 연말 장기 휴가를 신청하는 직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역시 여름휴가와 마찬가지로 겨울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겨울 시즌 동안 5~10일까지 연차를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해피윈터 10’ 제도를 도입한다. 신세계백화점도 3~5일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 휴가는 여름에 국한되고, 집안 행사나 건강 상의 이유로 하루씩 연차휴가를 소진해오던 국내 직장 문화에도 변화가 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연말 성탄절과 신정 연휴를 활용한 장기휴가가 새로운 휴가 시즌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휴가와 더불어 겨울휴가가 점차적으로 공식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휴가문화 변화의 시초는 올해 긴축재정을 시행하면서 연차수당 등 경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 효율이 좋아지면서 연차 휴가를 붙여서 사용하도록 하는 기업들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기업들 역시 연말을 맞아 열흘 이상 휴무에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국내 기업은 연말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직원 사기나 업무 효율 등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책 변화가 필연적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세대 직장인들은 기존 세대와는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며 “기존의 일방적인 조직 관리 방식으로는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없는만큼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율복장제와 자율출퇴근제 역시 자유로운 업무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의 능력을 최대화 하기 위한 조치”라며 “최근 수원사업장을 ‘꿈의 일터’로 만들고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한 것 역시 이러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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